이미지 확대보기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되면서 권좌에서 축출된 이후 과도 정부를 이끌게 된 델시 로드리게스 과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두로 체제 잔존 강경파를 동시에 달래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WSJ는 베네수엘라의 새 지도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동시에 구 정권 핵심 세력의 반발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딜레마는 마두로 전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수도 카라카스 자택에서 미군에 의해 전격 체포된 직후 극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체포 직후 방송 연설에서 이를 제국주의적 침략이라고 규탄하며 마두로가 여전히 합법적 국가 원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날 로드리게스는 과도 대통령 자격으로 각료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한층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사이의 균형 있고 상호 존중하는 국제 관계로 나아가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이같은 태도 변화가 미국의 압박을 견디면서도 혁명 정부 내부의 분열을 막으려는 과도 정권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로드리게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중심적 접근 방식을 활용해 미국 기업에 베네수엘라 유전 개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압박을 완화하려는 계산을 하고 있다. 그는 마두로 정권 시절 경제 정책을 총괄하며 미국 석유 기업의 복귀를 공개적으로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양보는 정권 내부 결속을 흔들 수 있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부 장관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국방부 장관 등 강경 좌파 인사들은 경찰과 군대, 준군사 조직을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에 굴복하는 행위를 체제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국 툴레인대에서 베네수엘라 정치를 연구하는 데이비드 스밀데 교수는 “로드리게스는 미국의 군사력과 베네수엘라 내부 무력 사이에 끼어 있다”며 “지나치게 미국 쪽으로 기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사실상 베네수엘라를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해왔다. 여기에는 카리브해 일대의 군사적 봉쇄 유지와 미국 에너지 기업의 복귀를 전제로 한 체제 안정 관리가 포함된다. 과거 미국의 대베네수엘라 정책에서 핵심이었던 민주화 요구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습이라고 정치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대통령이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마두로보다 더 나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WSJ는 “미국의 이같은 접근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과도 정부 지원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짚었다. 스밀데 교수는 “이번 경우는 미군이 직접 주둔해 국가 재건을 추진했던 사례와 달리 19세기식 함포 외교에 가깝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체포 이전까지 미국 투자자들에게 석유 거래를 제안하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제 그 역할은 로드리게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는 관측이다.
2018년 부통령에 오른 로드리게스는 베네수엘라 경제가 붕괴하는 과정에서도 마두로 정권의 핵심 실세로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정권 내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미국이 로드리게스를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만 미국 기업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 제정된 석유 산업 관련 법규를 대폭 손질해야 한다. 이 법규는 국영 석유회사 페트롤레오스 데 베네수엘라(PDVSA)가 사업 전반을 통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개정에는 국회 승인도 필요하다. 이 국회는 여전히 친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
카를로스 로메로 전 정치학 교수는 “정부가 어느 방향으로 가려는지 매우 혼란스럽다”며 “혁명이 계속된다고 주장하는 세력과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원하는 세력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