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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내년 말 원·달러 환율 1400원"… 원화약세 장기화 전망

원화 가치 1300원대 강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자료=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이미지 확대보기
자료=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

원화 약세가 연말 외환당국의 강도 높은 개입에도 ‘장기전’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내년 말 원·달러 환율을 1400원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1300원대로의 복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내년에도 1400원대”…고환율 뉴노멀 우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31일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말 원·달러 환율을 1400원으로 전망했다. 달러 인덱스 약세와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로 올해보다는 원화 약세 흐름이 다소 완화되겠지만, 원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1300원대로 올라설 만큼의 강세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연구소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위축, 미국산 에너지 추가 수입에 따른 단가·운송비 상승, 현지 투자 의무 이행 등 복합 요인이 대외수지에 부담으로 작용해 원화 상승 폭을 제약할 것으로 지적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 역시 내년 말 96 수준의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조적 수급 요인이 원화 강세를 가로막는다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 고착 막으려면 구조 개편 필요”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1400원 안팎의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시장에 ‘원화는 약세 통화’라는 인식이 굳어져 해외 투자자들의 한국 자산 선호도와 국내 기업의 투자·고용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입은행 역시 보고서에서 원화 약세 흐름이 완화되더라도 미국 관세·에너지 수입·해외 투자 의무 등의 구조적 요인이 대외수지와 환율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결국 고환율을 일시적 수준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관리하려면, 수출 품목의 고도화·시장 다변화와 함께 에너지·핵심 소재 공급망 재편, 대외 불균형 축소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단기 개입으로 레벨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1400원대 뉴노멀’을 뒤집기 어렵다는 뜻이다.

고환율이 막는 금리 인하…실물·가계 이중 부담

높은 환율은 통화정책의 발목도 잡고 있다. 연구소는 경기 둔화 지속으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압력을 받고 있지만, 고환율과 부동산 시장 과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높을수록 외국인 자금 이탈과 수입 물가 상승 우려가 커져, 중앙은행의 완화 여지가 줄어드는 구조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내년 실질 GDP 성장률은 1% 후반대로 예상됐다. 민간 소비는 올해 1.3%에서 1% 후반대로 소폭 개선되지만, 설비투자는 2.6%에서 2%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수출은 미국 관세 부과의 부정적 영향에도 반도체 단가 상승, 방산·바이오·자동차·전기차 수출 확대 등에 힘입어 2.5% 내외 증가가 예상되지만, 고환율이 기업의 외화부채·원자재 수입비용 부담을 키우는 만큼 체감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 희비…반도체·방산 웃고 건설·배터리 울상

수출입은행은 내년 수출액을 약 7,200억 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 전망치(7,296억 달러)보다는 소폭 낮고, KDI 전망치(6,915억 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방위산업(12.5%), 반도체(11.3%), 바이오(10.6%), 자동차·부품(6.3%) 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해외 건설(-30.0%), 배터리(-10.0%), 석유제품(-21.4%), 석유화학(-14.4%) 등은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됐다. 고환율이 수출 가격 경쟁력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에너지·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큰 업종에는 오히려 비용 압박과 마진 악화를 초래하는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광복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c@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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