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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제주항공 참사, 잊히지 않기를 바래”... 동화책 ‘맑음이’

맑음이 표지. 사진=원더박스이미지 확대보기
맑음이 표지. 사진=원더박스
2024년 12월 29일 제주로 향하던 항공기 추락 사고로 17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 1년.
대형 참사였음에도 사회적 기억은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이러한 침묵 속에서, 두 명의 고등학생이 ‘기억을 위한 동화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동화책 ‘맑음이’(도서출판 원더박스)는 제주항공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글은 현로아 작가가, 그림은 양현수 작가가 맡았다. 두 작가는 모두 열여덟 살 고등학생이다.

이들은 “겨울에 머무른 채 아직 봄을 맞지 못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위로가 아닌 ‘기억’을 남기기 위한 이야기를 선택했다.
‘맑음이’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참사 당시 해외여행을 떠났던 일가족 9명이 모두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그 가족의 반려견이었던 ‘푸딩이’만이 한국에 남겨졌다. 푸딩이는 주인을 잃은 뒤에도 마을을 떠돌며 가족을 기다렸고, 차 소리와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긴 겨울을 버텼다.

이 사연은 동물보호단체 ‘케어’를 통해 알려지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푸딩이는 2025년 2월 새로운 보호자에게 입양됐지만, 그 기다림의 시간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두 작가는 푸딩이의 이야기를 접한 순간을 계기로 동화를 구상했다.
로아 작가는 “가족을 여전히 기다리는 강아지를 보며, 우리가 잊어버린 그날이 다시 떠올랐다”라며 “제주항공 참사를 향한 사회의 침묵이 가장 두려웠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맑음이’는 단순한 감정의 위로를 넘어, 기억을 지속시키는 서사로 완성됐다.

그림 역시 상징성을 담고 있다. 작품 전반은 노란색과 파란색, 단 두 가지 색으로만 표현됐다.

이는 강아지가 인식할 수 있는 색의 범위를 반영한 것이다.

양현수 작가는 “푸딩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그 세계는 단순하지만 오히려 더 선명했을 것”이라며 “그 단순함이 상실과 기다림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라고 설명했다.
‘맑음이’는 슬픔을 직접적으로 호소하지 않는다. 질문하거나 비난하지도 않는다. 대신 ‘맑음’이라는 존재를 통해 독자에게 조용히 묻는다.

두 작가는 이 책이 유가족들에게 “작은 담요 한 장 같은 존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직은 부족한 고등학생이지만, ‘맑음이’를 만드는 우리의 태도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작가들의 말처럼, 이 책은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지 않도록 남겨진 기록이다. 잊히는 참사 속에서, ‘맑음이’는 지금도 조용히 사회에 말을 걸고 있다.

왼쪽부터 글 현로아 작가, 그림 양현수 작가. 사진=양현수 작가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 글 현로아 작가, 그림 양현수 작가. 사진=양현수 작가 제공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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