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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디코드] 인텔, 2026년 AI GPU '크레센트 아일랜드' 공개…엔비디아 아성에 도전

HBM 대신 LPDDR5X 채택, 비용 효율과 개방형 생태계로 차별화
AI 추론 시장 집중 공략…후속작 '재규어 쇼어스'로 장기전 예고
인텔이 2026년 AI 서버 GPU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HBM 대신 LPDDR5X를 채택하고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여 엔비디아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인텔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이 2026년 AI 서버 GPU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은 HBM 대신 LPDDR5X를 채택하고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여 엔비디아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AI 반도체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사진=인텔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둘러싼 거인들의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동안 숨을 고르던 '원조 반도체 제왕' 인텔이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에 야심 찬 도전장을 던졌다. 이전 AI 칩 시장 진출 시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 후발주자로 밀렸던 인텔은 2026년, 코드명 '크레센트 아일랜드(Crescent Island)'로 이름 붙인 새로운 AI 서버용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출시하며 시장 재진입을 공식화했다고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인텔이 AI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으로 도약에 나섰다.
인텔의 사친 카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5일 열린 '2025 오픈 컴퓨트 프로젝트(OCP) 글로벌 서밋'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그는 "2026년 하반기, 고객사들이 시험할 수 있도록 크레센트 아일랜드의 샘플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하며, AI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다시 시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크레센트 아일랜드의 등장은 인텔 AI 전략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와 CRN 매거진 등 외신에 따르면, 이 제품은 인텔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가우디(Gaudi)'와 '팰컨 쇼어스(Falcon Shores)' GPU 사업을 중단한 뒤 처음으로 선보이는 결과물이다.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졌던 인텔이 엔비디아와 AMD가 양분하고 있는 AI 가속기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 위해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카드인 셈이다.

HBM 대신 LPDDR5X…'비용 효율'과 '개방성'으로 승부


크레센트 아일랜드는 기존 Xe3 아키텍처의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최신 Xe3P 마이크로아키텍처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160GB 용량의 LPDDR5X 메모리를 탑재했는데, 특히 눈여겨볼 점은 메모리 선택이다. 현재 AI 가속기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은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신, 인텔의 전통적인 소비자용 GPU 아키텍처 계보를 잇는 LPDDR5X를 채택한 것이다. 이는 고질적인 공급 부족과 비용 문제를 겪는 HBM의 대안으로, 비용 효율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에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또한, 액체 냉각을 주로 쓰는 다른 회사 제품과 달리 공랭 방식에 최적화해 데이터센터의 운영과 유지보수 비용 절감을 기대하게 한다.

이 GPU는 주로 공랭식 서버 환경에 맞게 만들었으며, 다양한 유형의 AI 추론 데이터 처리를 지원한다. CRN 매거진이 지난 9월 입수한 인텔 내부 계획에서도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한 저전력 GPU 계획이 언급됐는데, 이번 발표로 그 실체가 크레센트 아일랜드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카티 최고기술책임자는 "강력한 메모리 대역폭과 뛰어난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해, 엔터프라이즈 AI 추론 작업에 최적화한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대규모 실시간 AI 응용 프로그램인 '토큰 서비스(tokens-as-a-service)' 같은 분야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전망이다.

인텔이 내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개방성'이다. 인텔은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통해 '개방형 모듈 방식'을 본격 추진한다. 특정 제조사에 얽매이지 않고, 고객이 다양한 공급업체의 칩을 자유롭게 조합해 자신들의 필요에 맞는 확장 가능한 AI 시스템을 꾸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폐쇄 생태계를 구축해 시장 지배력을 다지려는 경쟁사들의 전략과는 정반대 길을 걷는 셈이다. 인텔은 이러한 개방형 이기종 아키텍처가 최근 떠오르는 에이전트 AI 응용 기술 같은 차세대 AI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통합하고 후속작 예고…'다층 AI 전략' 본격화

미래를 위한 준비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인텔은 AI 작업에 최적화한 차세대 이기종 AI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통합 소프트웨어 묶음을 자사의 '아크 프로 B-시리즈' GPU에서 시험하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 묶음은 파이토치(PyTorch), 허깅페이스(Hugging Face), 랭체인(LangChain) 등 주요 AI 틀과의 높은 호환성을 갖춰, 서로 다른 아키텍처 환경에서도 AI 작업을 원활히 최적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전략을 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나아가 인텔은 크레센트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다층 구조의 AI 제품군을 꾸릴 계획이다. 이미 크레센트 아일랜드의 다음 제품으로 랙 규모의 대형 AI 플랫폼을 겨냥한 고성능 GPU '재규어 쇼어스(Jaguar Shores)'의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프라이즈 시장부터 데이터센터 규모의 초대형 AI 시스템까지, 시장의 다양한 요구에 단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인텔의 장기 계획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연 인텔의 '크레센트 아일랜드'가 엔비디아가 쌓아 올린 견고한 성에 균열을 내고 AI 반도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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