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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반도체 시장, 2030년 1조 달러 돌파…TSMC 점유율 67.6% 독주

삼성·인텔과 2나노 기술전쟁 격화…미중 갈등에 공급망 '효율'서 '회복력' 대전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2030년 1조 달러 시장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TSMC 독주가 여전하다. 이미지=GPT4o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2030년 1조 달러 시장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TSMC 독주가 여전하다. 이미지=GPT4o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급증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20301조 달러(1420조 원) 시장 규모를 향해 질주한다.
파이낸셜콘텐츠가 지난 9(현지시간) 보도한 반도체 산업 분석에 따르면, 대만 TSMC와 삼성전자, 인텔 등 주요 기업의 2나노 공정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중 갈등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효율성 중심에서 안보 중심으로 근본적 재편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TSMC 시장점유율 67.6% 육박…2나노 양산 경쟁 본격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압도적 지위를 지키는 TSMC의 시장점유율은 올해 1분기 67.6%에 이른다. 이 회사는 현재 3나노 공정 칩을 양산 중이며, 2나노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TSMC는 이미 1.6나노 공정 연구에도 착수했다. 이런 첨단 공정은 생성형 AI, 고성능 컴퓨팅, 차세대 모바일 기기의 급증하는 수요를 뒷받침하는 데 필수다. TSMCCoWoS(Chip-on-Wafer-on-Substrate) 같은 첨단 패키징 기술은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해 강력한 AI 가속기를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인텔은 'IDM 2.0' 전략으로 공정 기술 선도권 탈환에 나섰다. 이 회사는 1.8나노에 해당하는 18A 공정을 올해 안에 양산 준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며, 2나노 시제품 칩도 공개했다. 인텔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제조하는 동시에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로 외부 고객을 끌어들여 TSMC, 삼성전자와 맞붙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인텔파운드리서비스의 성공 여부가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단일 지역 의존도를 낮추는 데 결정적이라고 본다.

엔비디아와 AMD 같은 팹리스(설계전문) 기업의 역할도 커졌다. AI와 머신러닝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엔비디아의 가속기는 대다수 AI 데이터센터에 쓰인다. 이 회사의 CUDA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AI 개발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AMD는 고성능 라이젠과 에픽 프로세서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확보했다. 이들 팹리스 기업은 TSMC 같은 첨단 파운드리에 의존해 최첨단 설계를 제조한다.

미국 수출통제에 중국 반도체 자급자족 박차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 산업을 '칩 전쟁'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미국 정부는 202210월 이후 엔비디아의 A100, H100 같은 첨단 컴퓨팅 칩과 정교한 반도체 제조장비의 대중국 수출 제한을 반복해 강화했다. 네덜란드의 첨단 리소그래피(노광) 장비 공급업체 ASML과 일본도 대체로 이 정책에 동조하며 최첨단 장비의 대중국 판매를 제한한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중국 정부는 설계부터 조립, 테스트, 패키징에 이르는 '완전 중국산 공급망' 구축을 명시적 목표로 삼았다. 다만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는 최첨단 로직칩 제조에서 TSMC보다 최소 5년 뒤처졌다고 추정된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로 생산차질 우려 증폭


중국의 희토류 원소 가공 독점은 또 다른 지정학적 지렛대로 작용한다. 희토류는 제조장비 자석부터 웨이퍼 제작 공정까지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4월과 10월 국방, 에너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핵심인 특정 희토류와 자석의 수출 제한을 강화했다. 14나노 이상 첨단 칩용 해외 국방·반도체 사용자를 명시적으로 겨냥한 조치다. 이는 앞서 시행된 갈륨, 게르마늄 수출 통제와 함께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생산 지연, 비용 증가, 잠재적 병목현상이라는 상당한 위험을 안긴다.

국가 안보와 경제 회복력을 앞세운 각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의 자국 또는 우방국 이전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20228월 통과된 미국 반도체과학법(CHIPS Act)은 약 2800억 달러(397조 원)의 신규 자금을 승인했으며, 이 중 527억 달러(74조 원)가 국내 반도체 연구와 제조 촉진에 직접 배정됐다. 인텔은 85억 달러(12조 원),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 3개 신규 시설에 66억 달러(9조 원)를 각각 지원받았다. 유럽연합(EU)20239월 발효된 칩법으로 430억 유로(70조 원)를 투입해 2030년까지 글로벌 칩 생산에서 유럽 비중을 10%에서 2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AI 넘어 자동차·IoT·친환경 반도체로 수요 다변화


업계에서는 AI 말고도 다양한 기술과 시장 흐름이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한다고 분석한다. 사물인터넷(IoT) 기기의 광범위한 확산은 스마트홈 기기부터 산업용 센서, 엣지 컴퓨팅까지 특수하고 효율적인 저전력 칩 수요를 만든다.
자동차 부문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2029년까지 자동차당 반도체 탑재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과 전기차용 고성능 컴퓨팅 칩, GPU, 레이더 칩, 레이저 센서 수요가 급증한다.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갈륨(GaN) 같은 광대역갭 소자는 기존 실리콘보다 우수한 효율성으로 전기차 전력전자 분야에서 주목받는다.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했다. 에너지 집약적인 반도체 제조 특성과 막대한 물 사용, 대량의 화학물질 의존은 업계를 더 친환경적 관행으로 이끈다. 증권가에서는 첨단 패키징 시장이 2030960억 달러(136조 원) 이상으로 두 배 늘며 나머지 칩 산업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2.5D 패키징(부품을 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배치)3D 패키징(활성 다이를 수직으로 쌓음) 같은 기술은 여러 칩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해 통신을 개선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데 필수다.

2030년 향한 경쟁 심화…'회복력'이 새 공급망 덕목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재편은 제조비용 상승과 전자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가에서는 앞으로 2나노 미만 공정 기술 경쟁 심화, 첨단 패키징 솔루션에 대한 지속적 대규모 투자, AI 가속기 수요 증가를 예상한다.

장기적으로는 제조 거점의 다변화가 진행되겠지만, 최첨단 공정에서 대만의 우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참여자 사이에서는 막대한 파운드리 구축 자본 지출, 숙련 인력 부족, 지속되는 지정학적 긴장이 업계 궤적을 계속 좌우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효율성뿐 아니라 회복력이 반도체 공급망의 최우선 덕목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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