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더사 연계한 판매처 확보 '순항'… 관세 문제로 생산처 정하지 못해 고심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향후 미국 B2B 생활 가전 시장에 공급할 제품 생산처를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 LG전자는 멕시코 레이노사·몬테레이에서 대미 수출용 가전제품을 생산 중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에 철강 관세 35%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냉장고를 비롯해 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에 철강이 필수적인 점을 고려하면 양사 가전제품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정체되고 있는 생활 가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B2B 시장 공략 강화를 진행해왔던 삼성전자와 LG전자에는 큰 장애물이 생긴 셈이다. 양사 모두 B2B 생활 가전 시장 공략을 위한 판매처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 LG전자는 이날 미국 10대 빌더에 포함되는 '센추리 커뮤니티스'에 4년간 생활 가전 독점 공급계약을 발표했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유력 건설사인 '클레이턴 홈 빌딩 그룹'과 생활 가전제품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문제는 유동적인 제품 생산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동남아를 비롯해 다양한 국가에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할 경우 물류비 증가를 피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미국 내 생산라인을 확대할 수 있지만 미국은 인건비와 부품 조달 비용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자칫 판매량만 높고 이익은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기존처럼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해 공급한다면 제품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다. 이는 B2B 생활 가전 시장을 공략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양사가 B2B 생활 가전 시장 공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B2B 생활 가전 시장은 미국 전체 가전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LG전자는 B2B 시장에서도 B2C 시장과 동일한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어서다. 류재철 LG전자 HS사업본부장 사장은 올해 2월 미국에서 개최된 디자인·건축 박람회에서 “최종적으로 B2C 시장의 지위를 갖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생활 가전 시장에서 국내 가전기업의 입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지만 관세 문제는 여전한 불안 요소"라면서 "상황이 언제 바뀔지 장담할 수 없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