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자부 장관, 美서 귀국…협상결과에 대해선 '묵묵부답'
길어진 한미협상에 대미 수출액 감소…日 먼저 서명도 불리하게 작용
길어진 한미협상에 대미 수출액 감소…日 먼저 서명도 불리하게 작용

지난 주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구금사태까지 발생하면서 한미 비자 문제까지 쟁점으로 추가돼 엎친데 덮친격이다. 2개월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관세협상에 대미 수출마저 줄어들면서 신속한 협상 타결 필요성이 제기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날 새벽 인천공항에 도착해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면서 협상 성과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12일(현지시각) 뉴욕 모처에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한국이 약속한 대미 투자의 구조·방법·이익 배분 방식 등 세부 내용 등에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한미간 입장차만 드러낸 채 합의에는 실패했다. 앞서 한미는 7월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데 동의 한 바 있다. 이후 한미 양국 실무진이 지속적인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4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미국 이민당국으로부터 체포당한 일은 한미간 비자문제까지 쟁점으로 안겼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2일 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국내에 입국하자 “최선을 다해 노력했으나 더 빨리 고국으로 모시지 못해 송구한 마음”이라며 “한미 간 비자 체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관세문제와 3500억달러의 구체적인 투자 방침 외 한국인 근로자의 미국공장 파견시 비자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합의해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 공장 신·증설을 추진중인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삼성전자 △삼성SDI △SK하이닉스 △SK온 △CJ제일제당 △LS전선 등이다.

통상 공장 증설이나 신규 건설에는 국내 기술진의 해외 출장이 필수적으로 기업들은 주재원 비자(L-1 또는 E-2)나 전문직 취업(H-1B) 비자를 신청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H-1B 비자를 발급한 수는 수년동안 고작 2000명 규모로 필요인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취업비자는 원청기업을 제외하고 허가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상용(B-1) 비자가 종종 활용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미협상이 길어지면서 대미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까지 수출액은 192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3.8%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대미수출은 8.2% 감소하면서 8월에 이어 지속 감소 추세다.
대표적인 경쟁국인 일본이 4일(현지시각) 협정에 서명한 점도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일본은 계약에 서명했다”면서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좋으면 사인해야 하는데,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나"면서 "합리성과 공정성을 벗어난 어떤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