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장기 서비스 포함…운영 역사상 최대 규모
脫러시아 에너지 전략 맞물려 한국 기술 신뢰도 상승
脫러시아 에너지 전략 맞물려 한국 기술 신뢰도 상승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 축소와 탈탄소 기조가 맞물린 유럽 원전 재부상 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또 하나의 성과를 거뒀다.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지 전력사와 사상 최대 발전기 교체 계약을 체결하며 중동부 유럽 시장 확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스코다파워는 지난 11일 체코 전력사 CEZ와 테믈린 원전 발전기 교체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 규모는 3000억 원대 규모다. 교체 작업은 정기 정지 시기에 맞춰 2029년과 2030년에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단순 기자재 납품이 아니라 15년간의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포함돼 체코 원전 운영 역사에서 가장 큰 계약으로 기록됐다. CEZ가 "운영 역사상 최대 계약"이라고 밝힌 만큼 금액적 가치뿐 아니라 장기적인 협력 구조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체코는 현재 원자력이 국가 전력의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으며, 이번 교체 사업은 이러한 전략과 맞물려 있다. 발전기 교체가 완료되면 원전 운영 수명이 최소 60년까지 연장돼 에너지 안정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성과는 체코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파급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은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원전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면서도 러시아산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 중동부 유럽 국가들이 노후 원전 설비 교체와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서두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번 수주는 한국 기업이 향후 유럽 내 추가 프로젝트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번 계약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추진해온 글로벌 협력 전략의 결실이기도 하다. 두산은 체코 현지와 공동 연구개발과 기술 협력을 이어왔으며, 발전기 제조·정비 기술을 전수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구체적인 이전 범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장기적인 협력 구조를 통해 한국형 원전 기술의 신뢰도를 높여온 결과가 이번 수주로 이어졌다. 한국 기업이 단순 하도급을 넘어 유럽 에너지 시장의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내 산업계는 이번 계약을 통해 원전 관련 기자재 수출과 후속 사업 확대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장기 서비스 계약을 확보한 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마련됐고, 이는 국내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더불어 유럽 각국의 탈탄소 전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원전은 '공공적 가치와 기업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분야로 자리 잡고 있어 한국 기업의 진출 기회는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체코 정부가 2030년대 신규 원전 건설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계약은 단순한 설비 교체를 넘어 장래 프로젝트에서도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장기적 협력 관계가 구축될 경우 한국 기업의 영향력은 중동부 유럽 원전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체코 테믈린 원전 계약은 단순한 설비 교체를 넘어 장기 서비스까지 포함된 협력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번 계약이 한국 기업의 입지를 강화한 만큼 향후 중동부 유럽 원전 사업 참여 기회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