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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가 인텔 지분 10% 인수해 최대주주 등극…89억→110억 달러 가치

트럼프 반도체 국가주의 현실화…삼성전자 등 한국기업 영향 촉각
자유시장 원칙 포기하고 '정부가 기업 소유' 전례가 없는 실험
인텔 지분 정부 보유로 '반도체 국가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 지분 정부 보유로 '반도체 국가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인텔 지분 10%를 사들인다고 지난 22일 발표하면서 자유시장 경제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2(현지시각)24일 연속 사설에서 이번 거래를 "실수"이자 "미국의 자유시장 경제의 위대함과 정반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89억 달러 들여 인텔 최대 주주 올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 정부가 인텔 보통주 4 3330만 주를 주당 20.47달러에 사들여 89억 달러(123300억 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기존 반도체법(칩스법·CHIPS Act)에서 인텔에 주기로 했지만, 아직 주지 않은 57억 달러(79000억 원)와 군사용 반도체 개발을 위한 국방부 지원 프로그램인 시큐어 엔클레이브(Secure Enclave)에서 나온 32억 달러(44300억 원)를 바꾼 것이다"
인텔은 성명에서 정부가 "이사회 대표권이나 다른 경영권 또는 정보권"을 갖지 않는 수동소유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과반 소유권을 잃으면 정부가 주당 20달러에 추가로 5% 지분을 살 수 있는 5년 만기 신주인수권도 갖게 된다.

정부가 산 주가는 지난 22일 마감가 24.80달러보다 낮은 20.47달러여서, 이미 서류상 19억 달러(26300억 원) 이익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 주식에 아무것도 내지 않았지만, 지금 약 110억 달러(152400억 원) 가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 정치 압박과 CEO 교체 요구가 거래 배경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인텔 최고경영자(CEO) 립부탄과 백악관에서 만난 뒤 "그는 일자리를 지키고 싶어서 왔는데, 결국 미국을 위해 우리에게 100억 달러(138600억 원)를 줬다"고 말했다. 립부탄 CEO는 올해 3월 취임했지만, 중국 기업 투자 이력 때문에 의회에서 국가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립부탄의 사임을 요구했지만, 립부탄이 직원들에게 미국 충성을 다짐하는 공개서한을 낸 뒤 입장을 바꿨다.
이번 거래는 트럼프 행정부가 엔비디아(Nvidia)AMD에 중국 반도체 판매 수익의 15%를 정부에 내라고 요구한 데 이어 두 번째 파격 거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거래를 더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 자유시장 원칙 깨뜨린다는 비판 거세

워싱턴포스트는 연속 사설에서 이번 거래의 위험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첫 번째 사설은 "우리가 중국처럼 행동한다고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면서 "미국은 항상 해온 방식, 즉 오랫동안 우리를 도운 자유 기업 시스템에 기대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사설에서는 정부 지분 참여로 생기는 구체적 위험을 제시했다. "인텔 결정이 점점 더 상업적 고려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좌우될 것"이라며 "인텔이 계속 미루고 있는 오하이오주 대형 반도체 공장(메가팹) 건설을 경제성을 따져서 할지, 아니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할지 정치 눈치를 봐야 한다"라고 우려했다.
업계에서는 정부 개입이 인텔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는 백악관이 다른 미국 기술 기업들에 인텔 반도체 구매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은 대만반도체제조회사(TSMC) 등 경쟁사보다 기술력이 뒤처져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텔 주가는 2021750달러(69000)에서 2022835달러(48000)를 거쳐 현재 24.80달러까지 떨어졌다. 립부탄 CEO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더는 백지수표가 없다"고 알리며 시장 상황에 따라 오하이오 공장 건설을 늦추겠다고 밝혔다.

미국 반도체 산업 정책은 코로나19 때 반도체 부족 사태를 계기로 시작됐지만, 이제 민간 기업을 정부가 소유하는 단계까지 왔다. 의회와 산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오히려 미국 기술 리더십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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