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나토 국방비 확대 기대 속 상승세 꺾여…트럼프 회담 중재·미 무기 지원 소식이 주가에 영향"

◇ 급등 뒤 조정, 유럽 방산주 동향
2025년 초부터 유럽 방산주는 독일이 재정준칙을 완화하고, 나토 회원국이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한 결정 등으로 크게 올랐다. 독일 라인메탈(Rheinmetall)의 주가는 올해 들어 150% 넘게 뛰었고,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도 큰 폭 상승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 진전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푸틴-젤렌스키 회담 중재 제안 등으로 지난 19일 유럽 방산주가 곤두박질쳤다. 이날 라인메탈 주가는 4.9%, 헨솔트(Hensoldt)와 레오나르도는 각각 약 9.5%씩 하락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규모 무기 구매를 지원한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투자자들은 전쟁 긴장 완화 분위기에 더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유럽 주식 담당 크레이그 캐머런은 “러시아와 유럽 간 긴장이 완화되고 미국 군사장비 지출도 논의되는 상황이 유럽 방산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지금 기업 가치는 높은 편이기 때문에 앞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 단기 조정, 장기적으로는 수익이 관건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일시적으로 볼 수 있으며,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캐머런은 “유럽의 국방비 지출 확대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휴전이 있더라도 방산주가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이 GDP 5% 목표로 국방비를 늘리는 합의도 장기적인 방위비 증가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자산운용사 트리니티브릿지의 주식 담당 자일스 파킨슨은 “시장은 전쟁이 끝나면 방산비 지출 약속 실천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지만, 러시아가 영토 확장을 계속하면 유럽의 방위비 증가를 부추길 수 있다”고 전했다.
UBS의 유럽 주식 전략 책임자 제리 파울러는 “유럽 방산주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높아진 기업가치에 맞는 수익 증가가 나타나야 한다”며 “수익 전망이 더 이상 오르지 않으면 주가가 오르기 어렵다”고 봤다.
바클레이즈 전략가 마게시 쿠마르 챈드라세카란은 “휴전 기대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 가능성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국방비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이 유럽 방산주 장기 전망을 바꾸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주가 조정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정세 변동이 방산주에 미친 직접적 영향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유럽의 국방비 증가 기조가 유지되는 한 방산주에 장기 성장 동력이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국제 정치 상황 변화에 따라 등락은 이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방위산업 분야가 투자자들의 관심사 가운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