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추정치(0.2%) 대폭 상회...전년 대비 상승률도 5개월 만에 최고치

14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PPI는 전월 대비 0.9% 상승하며 다우존스 추정치인 0.2%를 대폭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도 3.3%로 지난 2월(3.4%)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높은 무역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 위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면서 도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모습이다.
이에 미국 국채 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이 4bp(0.04%포인트) 오르는 등 국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2.7bp 상승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PPI의 급격한 상승은 지난 12일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에 확산했던 9월 금리 인하 기대에 일부 타격을 입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금리선물 시장에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90% 수준으로 나타나 하루 전의 100%에 비해 낮아졌다.
노스라이트 에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 자카렐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CPI 수치가 완만하게 나온 것을 감안하면, 이날 PPI 상승은 매우 달갑지 않은 결과”라면서 “다음 달 ‘확정적’ 금리 인하에 대한 낙관론이 일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PPI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커졌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CPI 상승 압력이 높지 않았다.
네이션와이드의 벤 에이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달간 관세 부과분이 소비자물가에 더 강하게 반영되면서 올해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잭슨홀 회의 주목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오는 22~23일로 예정된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 경제 심포지엄으로 향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된 가운데 다음 달 16~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엇갈린 경제 지표에 대한 파월 의장의 진단에 촉각이 세워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해 온 가운데 전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연내 150bp 이상의 금리 인하를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시장 일각에서는 9월 ‘빅컷(50bp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아이라 저지 미국 금리 전략가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소폭 상승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9월 50bp 인하 가능성은 다소 약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관세로 직접 영향을 받는 상품 가격 이외의 영역으로 인플레이션이 확산하는 조짐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큰 폭의 금리 인하에 대해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주 초반 발표된 CPI 지표에서도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 상승세가 확인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