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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반도체 100% 관세' 선언…일본은 '직격탄', 삼성·TSMC는 '미국 투자'로 안도

트럼프, "미국 밖 생산 반도체 100% 관세"…'미국 투자'는 예외
도쿄일렉트론·르네사스 등 일본 기업 주가 급락…삼성·TSMC는 강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발표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TSMC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며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은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실리콘 웨이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100% 관세' 발표로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와 TSMC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며 희비가 엇갈렸다. 사진은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실리콘 웨이퍼.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각), 미국 밖에서 생산된 모든 반도체에 100%에 가까운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아시아 반도체 시장이 요동쳤다. 일본의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는 급락해 직격탄을 맞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와 TSMC는 오히려 주가가 올라 희비가 엇갈렸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6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만들고 있거나 미국 생산을 확실히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면제 조건이나 세부 지침은 내놓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 日 '직격탄' vs 韓·대만 '안도'…엇갈린 시장 반응


7일 아시아 증시가 열리자마자 일본 반도체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 일렉트론은 장 초반 5% 넘게 폭락했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해 2.9% 하락 마감했다. 차량용 반도체 강자인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와 반도체 검사 장비 업체 아드반테스트 역시 각각 4%와 3.3%씩 함께 주가가 떨어졌다.

반면 한국과 대만의 대표 기업들은 복잡한 손익계산 속에 등락이 엇갈렸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번 100% 관세 조치에서 면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짓고 있어 미국 공장에서 만드는 시스템 반도체는 관세를 피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이나 중국에서 생산하는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고율 관세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텍사스 공장 칩을 쓰겠다고 발표한 소식 덕에 주가는 2.47% 올랐지만, 핵심 사업인 메모리 분야의 위험이 커진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후공정(패키징) 시설을 지을 예정이라, 미국에서 최종 생산하는 품목에 한해 면제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3% 넘게 하락했다가 반등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주가가 4% 넘게 급등했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 공장 3곳을 짓기 위해 초기 650억 달러(약 89조9210억 원)와 추가 1000억 달러(약 138조36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만큼, 대만 정부와 회사 모두 'TSMC는 면제 대상'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 "악마는 디테일에"…관건은 '미국 생산' 인정 범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우리는 칩과 반도체에 100%에 가까운 매우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세는 없다"고 직접 말했다. '건설을 약속만 해도 면제'라고 했지만, 어느 수준의 투자와 생산 요건을 갖춰야 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일대 예산연구소의 어니 테데스키 경제 책임자는 "반도체 관세의 정확한 작동 방식에 대한 명확한 틀이 없어 세부 사항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오르투스 어드바이저스의 앤드루 잭슨 일본 주식 전략 책임자는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일본 장비 시장에 충격을 주겠지만,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려는 반도체 기업들에 일본산 장비는 필수불가결하므로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퓨처럼 그룹의 대니얼 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으로선 애플, 엔비디아, TSMC처럼 대규모 투자를 약속할 수 있는 기업들이 명백한 승자"라며 "규모와 영향력이 없는 작은 기업들은 힘겨운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최근 한미 교역 협상에서 반도체 분야의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세율이나 적용 범위가 정해지지 않아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 부과와 면제의 세부 시행일과 적용 범위 등 모든 것은 앞으로 나올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발표에 달려있어 업계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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