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만 이더리움 ETF에 42억 달러 유입...ETF 출시 1년 만에 이례적 성과

그동안 비트코인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이더리움이 최근 들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더리움은 개발된 지 10년이 되도록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 속에 핵심 자산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이더리움 ETF에 42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되면서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이더리움 ETF 상품이 출시된 이후 최대 규모로 앞서 지난해 12월 유입된 직전 최고치인 14억 달러와 비교해도 세 배나 많은 수치다.
특히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즈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에 이달 들어 전체 미국 내 4000개 이상의 ETF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자금이 순유입되면서 시장의 이목을 끌었다.
블룸버그는 “출시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ETF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은 이례적”이라며 암호화폐 시장의 상승 모멘텀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이더리움 가격은 지난 4월 초 저점 이후 두 배 넘게 급등하면서 같은 기간 40% 상승한 비트코인 상승률을 크게 앞질렀다. 이더리움은 특히 7월 한 달 동안에만 50% 넘게 급등했다.
이더리움 가격 상승세는 7월 중순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서 가속화 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해당 규제가 디지털 금융 인프라로서 이더리움의 역할을 강화할 것으로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한 달 동안 50%에 달하는 가격 상승과 규제 환경 개선 및 ‘토큰화된 미래’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시장의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실제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실사용 확대보다는 단기적인 모멘텀이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어 지속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면서도 “ETF 자금 유입, 기업들의 보유 확대 및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이더리움의 청사진이 현실적인 투자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이 재무제표에서 이더리움을 주요 자산으로 채택하려는 흐름도 가시화하고 있다.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가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이며 성공한 전략에서 영향받은 움직임이 이더리움 시장에서도 가시화하는 것이다.
이더리움 재무 전략을 채택 중인 대표적인 기업은 비트코인 채굴업체인 비트코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다. 회사는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이더리움 보유 확대에 나섰다. 회사는 특히 펀드스트랫의 공동 창업자이자 저명한 투자 전략가인 톰 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밖에 샤프링크 게이밍, 비트 디지털 등도 현금과 암호화폐를 조달해 이더리움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증권사 번스타인에 따르면 기업들의 수요 증가로 7월에만 기업들의 이더리움 보유고가 약 87만6000개 증가했다. 이는 전체 이더리움 유통량의 약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망도 낙관적이다.
번스타인의 고탐 추가니와 마히카 사프라 애널리스트는 “스테이블코인의 성장과 자산 토큰화에 대한 기대가 이더리움을 주요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주목받게 했다”면서 “디지털 달러와 토큰화 자산에 의해 움직이는 인터넷 기반 금융 경제의 성장이 이더리움 생태계 내의 거래량과 사용자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퀴티 아머 인베스트먼트의 브라이언 스투틀랜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더리움의 ‘스테이킹 수익’ 기능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소매 투자자에게 확실히 매력적”이라며 “실제로 수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저축예금이나 증권계좌의 단기 금융상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