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인도의 관세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가장 고압적이고 불쾌한 비관세 장벽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인도는 러시아산 군사 장비를 항상 대량 구매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러시아의 최대 에너지 구매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좋지 않다. 인도는 8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비롯한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협상 여지는 있다”…같은 날 입장 번복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뉴델리와 협상 중”이라며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발언해 입장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8일 러시아가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 고객국에도 ‘이차 제재’ 형태로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또한 유럽연합(EU)이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약속하며 무역 협정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는 또 다른 게시글에서 “우리는 인도와의 상품 무역에서 457억 달러(약 63조70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 인도 “협상에 최선을 다하되 압박은 거부”
인도 정부는 트럼프의 발언에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의미를 분석 중”이라고 밝히면서도 “공정하고 균형 잡힌 상호 이익이 되는 양자 무역 협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인도는 그러면서도 “농민과 중소기업의 복지를 지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국가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도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의 게시글이 최종 입장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지금까지는 단순한 트윗일 뿐 공식 서한은 없었다. 다른 나라들에는 직설적인 서한을 보내곤 했다는 점에서 아직 여지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트럼프, 파키스탄과 석유 개발 협상 발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파키스탄과의 석유 개발 협정도 발표했다. 그는 “파키스탄의 대규모 석유 매장지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위한 미국 기업을 선정 중”이라며 “언젠가는 인도가 그 석유를 사게 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현재 원유 생산량이 적지만 이란과 오만 등 산유국과 가까운 아라비아해 연안을 갖고 있어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정치적 불안과 보안 문제, 개발 비용 등이 대형 에너지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아 왔다.
◇ 고율 관세, 애플 등 미국 기업에도 영향 우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이 수입한 스마트폰 중 인도산 제품이 44%를 차지하며 전년 동기 13%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수입이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인도는 미국에 있어 중요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미국산 쌀 등 농산물에 대해 70~80%에 달하는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산 공산품에는 대폭적인 관세 인하를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인도는 보석, 섬유, 가죽, 수공예품 등 노동집약 산업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를 요구해왔다.
피유시 고얄 인도 상공부 장관은 지난주 “미국과의 협상이 상당히 진전됐으며 조만간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압박에는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 협상단이 8월 하순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