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폐지로 韓 전기차 경쟁력 하락
현대차, 하이브리드 확대·생산 조정
전문가 "한·미 정상회담서 패키지 딜 시급"
현대차, 하이브리드 확대·생산 조정
전문가 "한·미 정상회담서 패키지 딜 시급"

21일 업계에 따르면 OBBBA 법안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대체해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모든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산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는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중심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했지만 OBBBA 시행 이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HEV 차량 중심의 차종 조정이 단기 대응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발표될 2분기 실적에 따라 미국 시장 대응 방향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실적에 따라 생산 차종 구성이나 공장 운영 전략, 가격 정책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국내 전기차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 수요는 둔화될 수밖에 없고, 미국은 자국 위주 정책이라 보조금이 완전히 축소됐다"면서 "현대차는 (트럼프발 관세 리스크와 감세안 조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은 줄이고 있고, 미국 내 공장은 풀가동 중"이라며 "가격은 현재 동결하고 있지만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 패키지 딜로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OBBBA의 세액공제 종료 조치로 현대차·기아 등 국내 완성차 브랜드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연간 약 4만5000대, 매출 기준 최대 37%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 전기차 시장 확대를 목표로 미국 조지아주 HMGMA 건설에 약 80억 달러를 투자해 왔다. 올해 초 현대차그룹 전기차 5개 차종이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며 투자 기대감이 높았으나 최근 발효된 OBBBA로 인해 투자 회수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다.
가격 정책 수정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 교수는 "올해 9월 30일부로 연방 EV 세액공제(7500달러)가 조기 종료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할인·리베이트 전략으로 소비자 가격 부담을 경감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비 절감(현지 조달 확대)을 통해 공제 폐지 공백을 메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차원의 외교 전략도 시급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로 방향을 틀고 있지만, IRA 세제 유예나 한국산 전기차·배터리의 예외 인정 등 외교적 카드도 함께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점유율만 유지한다면 하이브리드나 내연기관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황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IRA 세제 혜택 연장 또는 한국산 차량·배터리 대상 '친동맹국' 예외 인정, 배터리 원료·부품 기준 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