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위협 맞서 국방비 GDP 4.7%로 증액…구소련제 무기체계, K-방산으로 신속 대체
총 67억 달러 규모…현대로템·한화·KAI, 폴란드 내 생산기지 구축도 병행
총 67억 달러 규모…현대로템·한화·KAI, 폴란드 내 생산기지 구축도 병행

CNN은 12일(현지시각) 이번 계약에 대해, 폴란드가 유럽의 핵심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세계적인 분쟁으로 미국의 무기 재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 동맹국들의 주요 무기 공급처로 자리매김했음을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계약 체결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에서 100마일(약 160km) 안쪽 폴란드 영토까지 위협하는 러시아의 공세 강화가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NATO)의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는 러시아의 침공 뒤 국방비를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에서 2025년 4.7%까지 크게 늘리며 전력 보강에 힘쓰고 있다.
◇ K2PL 현지 생산·기술 이전이 핵심
폴란드 국방부에 따르면 총 계약 규모는 67억 달러(약 9조2426억 원)에 이르며, K2 전차 180대와 지원 차량 80대, 탄약, 군수, 훈련 패키지를 포함한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폴란드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계약은 현대로템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과 함께 폴란드형 모델인 K2PL의 현지 생산 라인 구축을 뼈대로 한다. 2차 계약 물량 180대 가운데 63대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와 협력해 현지에서 조립하고, 앞으로 820대의 K2PL을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폴란드는 기존에 쓰던 구소련제 T-72와 PT-91 전차 등을 우크라이나에 대거 보냈으며, 이 때문에 생긴 전력 공백을 한국산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으로 빠르게 메우고 있다.
K2PL 현지 생산은 폴란드 방위 산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낼 전망이다. K2PL에는 폴란드산 관측장비, 원격무장장치 등 현지 부품이 쓰여 기술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직접 일자리 2500개와 간접 일자리 4000개가 생길 전망이다. 이는 폴란드가 유럽 안에서 전차 생산 중심지로 도약하고 방산 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바탕이 될 것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0.0
◇ 미국 동맹국의 '핵심 무기고'로 떠오른 K-방산
한편, 이번 계약으로 한국의 방산 수출국으로서 입지는 더욱 굳어졌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세계 10위권 무기 수출국으로 떠올랐으며, 이 기간 한국 방산 수출의 46%를 폴란드가 차지했다. 필리핀(14%)과 인도(7%)가 그 뒤를 이었다.
스팀슨 센터 같은 미국 싱크탱크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미국과 유럽의 무기 재고가 줄어드는 가운데, 빠른 납기, 나토 규격과의 높은 호환성,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 등을 강점으로 내세운 한국산 무기가 미국 동맹국들의 중요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 K9·FA-50 등 후속 계약도 순항
2022년 계약에 따라 다른 무기체계의 인도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따르면 K9 자주포는 1차 계약분 212문 가운데 174문을 인도했으며, 2차 계약분 152문 협상도 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 전투기 총 48대 가운데 12대 인도를 마쳤다.
이번 폴란드와 한국의 대규모 전차 계약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유럽 안보 지형을 새로 짜고 두 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