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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호주 희토류 기업들, 브라질로 발길…희토류 공급망 ‘탈중국’ 본격화

지난 2019년 8월 23일(현지시각) 호주 퍼스 북동쪽 마운트 웰드에서 한 작업자가 태양 아래 건조된 희토류 농축물을 손에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9년 8월 23일(현지시각) 호주 퍼스 북동쪽 마운트 웰드에서 한 작업자가 태양 아래 건조된 희토류 농축물을 손에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호주에 본사를 둔 희토류 광산업체 최소 13곳이 브라질 내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호주 파이낸셜리뷰(AFR)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들은 대부분 호주 자국 내 개발보다 브라질 진출을 우선시하며 자금 조달과 탐사 인허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AFR에 따르면 호주 희토류 관련기업들의 브라질 진출 러시는 중국의 희토류 독점에 대한 구조적 탈피를 위한 움직임의 일환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와 자석 제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자국 내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그 전략적 위상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중국이 중희토류로 분류되는 디스프로슘·터븀·사마륨 등의 수출을 제한하자 포드자동차의 시카고 공장은 생산 중단에 들어갔고 GM과 토요타자동차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백악관에 공급난 해소를 요청했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 모터, 풍력터빈, 의료기기, 미사일 유도장치 등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브라질은 풍부한 희토류 자원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광산 정책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급망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AFR에 따르면 브라질 중서부 고이아스주의 세라베르데 광산은 지난해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으며 중희토류를 중국 외 지역에서 분리 정제하는 드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브라질 연방정부는 채굴에서 정제, 자석 제조까지 전 과정에 대한 투자 유치를 위해 연방 차원의 자금 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호주 기업들의 브라질 진출은 자국 내 정제 인프라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제약과도 맞닿아 있다.

존 마브로제니스 호주국립대 교수는 “호주에는 정제와 자석 제조 역량이 거의 없다”며 “관련 기술과 인력을 10배, 20배 이상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 정부가 지원한 일부 프로젝트는 희토류 광물의 1차 산출에 집중돼 있으며 자석 생산 등 고부가가치 단계는 아직 손대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호주 전략광물업체인 ASM의 로웨나 스미스 대표는 “자국 내에서 자석 생산까지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오히려 브라질이나 미국 등 우방국과의 연계가 더 실효성 있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AFR는 브라질 동북부 바히아주에서 탐사를 진행 중인 호주계 광업 기업 브라질리언 레어 어스가 호주의 대표적 자원 재벌 지나 라인하트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희토류 전문업체 라이너스의 아만다 라카제 최고경영자(CEO)도 브라질과 말레이시아 지역 광권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희토류 블록화’ 흐름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브라질은 현재 미국과 유럽의 전략광물 공급망 내 협력 국가로 집중 육성되고 있으며 호주 기업들의 선제적 진출은 향후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에서 ‘탈중국’ 경로를 선점하려는 의미를 지닌다는 분석이다.

한편, 브라질 진출에는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AFR은 지적했다. 최근 2년간 희토류 가격이 70% 가까이 급락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졌고 브라질 내 환경 허가 및 원주민 토지권 문제도 장기적인 변수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그럼에도 호주 희토류 기업들의 브라질 진출은 단순한 해외 광산 개발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에너지 전환 시대를 넘어 산업안보 시대의 상징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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