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협상 끝에 상호 관세를 크게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양보를 얻어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번 타협은 트럼프 대통령이 펼친 공격적 무역정책이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초 중국산 제품에 최소 145%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최대 125%의 보복관세로 맞섰다. 그 결과 양국 간 무역은 사실상 중단됐으며 미국 수입업체들은 비용 급등에 따른 사업 중단 위기에 직면했고 그 여파로 트럼프 정부는 불과 몇 주 만에 관세 인하 방침으로 선회했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이번 제네바 합의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관세를 30%로 낮추고 중국도 미국 제품에 매겼던 관세를 10%로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 외에 중국이 추가적인 경제적 양보를 약속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중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NYT와 인터뷰에서 “이번 합의는 미국의 사실상 후퇴를 의미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경 대응이 통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미국 측 입장 변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양국 모두 ‘탈동조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수출 의존 구조는 사상 최악의 불균형”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던 베선트 장관의 지난달 폭스뉴스 인터뷰 내용과는 상반되는 발언이다.
관세 인상이 중국에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나 미국 내에서도 소비자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으로 부작용이 커졌다. 특히 미국 제조업체들은 희귀 광물과 자석 등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재의 공급 중단을 우려했다. 중국산 제품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4월에 21% 급감한 반면, 베트남과 멕시코 등으로의 수입 대체가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네바 협상에서 양국은 향후 90일간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며 이 기간 내 추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관세를 다시 인상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전 “합의가 없을 경우 관세를 ‘훨씬 더 높게’ 다시 올리겠다”며 “145%까지 가면 그건 사실상 완전한 탈동조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90일이란 협상 시한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에 지나치게 짧다고 지적한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의 과잉 생산능력, 보조금 문제, 제3국 우회수출 문제 등 주요 쟁점이 많아 수개월 내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이번 협상을 지난 2020년 체결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의 재가동 계기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베선트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해당 합의를 집행하지 않아 중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이 합의를 기반으로 재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고문을 지낸 마이클 필스버리는 “중국의 미국 농산물 구매 약속을 이행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펜타닐 원료의 중국발 유입 차단과 특정 산업에서의 중국 정부 보조금 문제 등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예정이다. DGA-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의 마이런 브릴리언트 선임 고문은 “양국 정부가 펜타닐과 수입 확대에 대한 합의 여지는 만들었지만 그 외 쟁점에서는 중국이 얼마나 양보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