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가 7000억 달러 회복 기대
중국산 스마트폰·컴퓨터·라우터 등 면제... "미국 기업 제조 이전 서두르고 있다" 강조
중국산 스마트폰·컴퓨터·라우터 등 면제... "미국 기업 제조 이전 서두르고 있다" 강조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국 세관 및 국경 순찰대는 지난 11일 밤 게시한 공지를 통해 스마트폰, 라우터, 칩 제조 장비, 일부 컴퓨터 및 노트북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상호 관세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이들 제품은 중국 수입품에 부과된 125%의 고율 관세를 피하게 됐다.
이번 면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로 명명하며 시작한 무역전쟁으로 인해 지난 일주일간 미국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등 격렬한 난기류를 겪은 후 나온 결정이다. 관세 예외 대상 기업으로는 애플,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대표적 기술 기업들이 포함됐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채드 보운 선임연구원은 "이번 면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과 2019년 무역전쟁 기간에 발표했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에 대한 예외를 반영한 것"이라며 "이번에도 면제 조항이 유지될지, 아니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대통령이 다시 한번 방향을 바꿀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별도 조사 예고... 중국 의존도 높은 애플 무역전쟁 직격탄 피해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반도체와 제약을 포함한 여러 부문에 관세 면제를 발표했지만, 백악관 관계자는 지난 12일 미국이 "곧" 칩에 대한 관세로 이어질 수 있는 별도의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칩 수입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에 그 대답을 하겠다. 우리는 매우 구체적으로 말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관세 면제 결정은 애플에게 특히 큰 의미가 있다.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인도로 생산을 다각화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 애널리스트들은 여전히 아이폰의 약 8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고 추정한다. 특히 아이폰의 대다수는 애플의 제조 파트너인 폭스콘이 운영하는 중국 정저우의 대규모 공장 단지에서 생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직후 애플은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 중 하나로, 며칠 사이에 약 7000억 달러(약 998조 원)가 애플의 시장 가치에서 사라졌다. 정저우 공장의 노동자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공장 운영은 정상이지만 무역 전쟁의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미국 기업을 관세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러한 결정은 "본능적으로"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반도체, 칩, 스마트폰, 노트북과 같은 핵심 기술 제조를 중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애플, TSMC, 엔비디아를 포함한 기업들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한 빨리 해외에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 국내로 이전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백악관은 펜타닐 제조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20%의 관세에는 이번 새로운 면제 조치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준) 의장은 트럼프의 관세 부과로 인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4%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광범위한 미국 소비재에 적용되는 관세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