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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트럼프 갈등으로 보스턴 경제 위기...생명과학 시설 공실률 30% 치솟아

연방정부 22억6000만 달러 지원금 동결 위협에 의료·연구 프로젝트 줄줄이 중단
2025년 4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연방 정부의 대학 간섭에 저항할 것을 하버드 지도부에 촉구하는 케임브리지 시가 조직한 시위에서 시위대가 케임브리지 코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4월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연방 정부의 대학 간섭에 저항할 것을 하버드 지도부에 촉구하는 케임브리지 시가 조직한 시위에서 시위대가 케임브리지 코먼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 대학 간 갈등이 심화되면서 보스턴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0(현지시각) 보도했다.
미국 동부 보스턴 지역은 하버드 대학이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이 아이비리그 대학은 보스턴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걸쳐 찰스강 양쪽에 캠퍼스를 운영하며, 생명과학·부동산·상업 분야 전반에 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터프츠 대학 국가 정책 분석 센터의 에반 호로비츠 전무이사는 "하버드 관련 인력의 지출 감소는 '경제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이러한 일자리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경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인 보스턴은 고등교육과 생명과학 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트럼프 행정부가 하버드에 226000만 달러(32000억 원)의 연방 보조금과 계약을 동결하고 면세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지역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다. 이 조치는 하버드가 학교 운영과 학생 입학 방식을 점검하라는 행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이번 위기는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증권사 쿠시먼앤웨이크필드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보스턴 지역 생명과학 건물 공실률은 30%에 달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한 확장에 따른 해고와 벤처투자 감소로 인해 실험실 공간 수요가 전반적으로 감소한 상태다.

하버드 연구 기반 스타트업 생태계도 위기..."연방자금 없었다면 우리 회사 존재 불가능"


하버드대 의과대학은 이미 진행 중이던 예산 문제와 함께 추가 위기에 직면해 직원과 프로그램 감축 준비에 들어갔다고 하버드대 학보 '하버드 크림슨'이 보도했다. 인근 MIT와 함께 하버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조치로 이미 고용 동결을 시행한 상태다.

케임브리지 지역 고급 주택 시장도 타격을 입고 있다. 케임브리지 소재 깁슨 소더비 국제 부동산의 로렌 홀러란 부사장은 "구매자들이 거래를 철회하고, 일부 판매자들은 매물을 시장에서 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신경과학 연구원 켈시 티소프스키는 "자신의 급여와 연구비를 지원하는 국립보건원(NIH) 보조금이 지연되고 있어 향후 지급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티소프스키는 숙련된 움직임의 진화 연구를 통해 신경 질환 치료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버드대 노동조합 교섭 위원이자 글쓰기 강사인 그레고리 기븐은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울하다""다음 월급이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븐에 따르면 노조가 대표하는 약 3200명의 비정년트랙 대학 직원 중 대다수는 과학 연구자들로, 대부분 연방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는 학술 연구를 기반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스턴 기반 비영리단체 랩센트럴의 매기 오툴 차기 최고경영자(CEO)"대학은 기업가 정신을 육성하고 많은 기업의 기반이 되는 지적 자본을 개발한다""이 모든 것은 낙수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겔메딕스의 맥스 코틀러 최고운영책임자(COO)"학술 연구에 대한 연방 자금이 없었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틀러가 일하는 겔메딕스는 하버드 안과 출신 과학자들의 협력으로 2020년 설립됐으며, 케임브리지 랩센트럴의 실험실 공간을 임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랩센트럴을 통해 성장한 약 300개 스타트업 중 60% 이상이 하버드나 MIT와 연결되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0년 케임브리지에 설립된 모더나는 하버드 과학자들의 mRNA 연구를 기반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하버드의 연방 자금 지원 위기는 대학 캠퍼스를 넘어 보스턴 지역의 생명과학 산업, 부동산 시장, 그리고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파급효과를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이 매체는 사안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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