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관세" 발표 후 채권시장 혼란... 레버리지 베이시스 거래 청산이 원인
전문가들 "근본적 문제 여전"... 90일 관세 유예에도 시장 불안정 전망
전문가들 "근본적 문제 여전"... 90일 관세 유예에도 시장 불안정 전망

트럼프의 관세 발표 직후 국채 수익률은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피난처를 찾으면서 처음에는 하락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얼마 지나지 않아 국채에 대한 대규모 매도세가 시작되면서 수익률이 급등했다. 시장 혼란에 직면한 트럼프 행정부는 4월 9일 중국에 대한 관세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세를 일시 중단하는 놀라운 반전을 이뤄냈고, 이후 수익률은 다시 하락했다. 그럼에도 투자자 심리는 여전히 관세 쇼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국채 매도세의 주범이라는 추측이 제기됐지만,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주권 국가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며, 오히려 최근 10년 및 30년 만기 미국 국채 경매에서 "외국의 참여가 증가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채권시장에서는 "사람들이 믿게 되는 내러티브가 있다"며 "두 달 후 공식 데이터가 나오면 뒤를 돌아보며 '그건 완전히 틀렸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예치된 외국 국채는 2주 연속 증가하여 3조 달러에 근접했다.
그렇다면 진짜 매도세의 주범은 누구인가? 시장 전문가들은 헤지펀드들이 레버리지 베이시스 거래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국채 매도에 나섰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헤지펀드들은 이러한 거래에 약 1조 엔을 베팅한 것으로 추정된다.
베이시스 거래의 급속한 해체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에도 시장을 뒤흔든 바 있으며, 뉴욕 연준도 4월 1일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거래가 채권시장에 미치는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나 미즈호 증권의 조크 히데히히로는 "다양한 지표와 분석에 비추어 볼 때, 최근의 수익률 상승이 단순히 베이시스 트레이드 청산 때문인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30년물 국채 수익률과 스왑 금리 간의 스프레드가 주가 하락 직후 급격히 확대된 점에 주목했으며, 이는 미국 변액연금이 주가 하락 시 손실을 헤지하기 위해 금리 스왑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거래는 국채 수익률보다 스왑 금리에 더 강한 하방 압력을 가했고, 이는 수익률과 스왑 금리의 스프레드에 베팅하던 헤지펀드에 타격을 입혔다. 수익률은 스왑 금리에 비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스프레드를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게 했다.
최근 은행과 증권사들은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 우려와 엄격한 규제로 인해 국채 보유를 꺼리고 있다. 이에 규제완화를 지지하는 트럼프의 복귀로 보충적 레버리지 비율(SLR) 완화 논의가 가속화되었다. 헤지펀드들은 이것이 국채 가격을 상승시켜 마이너스 스프레드를 줄일 것이라 베팅하며 스왑 매도와 채권 매입을 결합한 포지션을 구축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주식시장 폭락을 촉발했고, 오히려 마이너스 스프레드를 확대시켰다. 국채에 대한 베팅이 역효과를 내자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유 국채를 매각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는 공황 상태가 진정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고위 관계자가 SLR 규정 완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채권시장의 수급 균형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헤지펀드의 자산 스왑 포지션 해제도 진정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노무라 증권의 수석 전략가 나카 마쓰자와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중국 경제가 휘청거려 자본 유출이 촉발될 경우, 중국 정부가 미국 국채 보유 자산을 매각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패닉에 빠진 투자자들이 베이시스 거래를 급격히 청산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채권시장의 매도세는 트럼프로부터 90일간의 관세 유예를 이끌어냈지만, 이는 시장 안정이 아닌 개별 국가와의 무역 협상을 위한 시간 벌기로 해석된다. 미국이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채권시장은 여전히 더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