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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관세 폭탄' 외교 딜레마...저항인가, 굴복인가

동맹국 덮친 트럼프 무역 전쟁, 생존 전략 찾기 고심
EU·캐나다는 '맞불 작전', 영국·멕시코는 '숙고 모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폭탄'이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 앞에서 각국은 저항과 굴복 사이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며 고심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미국의 강경한 관세 정책에 '맞불 작전'으로 맞서는 반면, 영국과 멕시코는 신중한 태도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폭탄'이 미국의 오랜 동맹국들을 시험대에 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무역 전쟁 앞에서 각국은 저항과 굴복 사이에서 생존 전략을 모색하며 고심하는 모습이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미국의 강경한 관세 정책에 '맞불 작전'으로 맞서는 반면, 영국과 멕시코는 신중한 태도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이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게 반격이냐 굴복이냐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위한 최적의 전략을 아직 아무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5(현지시각) 보도했다.
유럽연합(EU)과 캐나다는 미국의 철강, 알루미늄 및 북미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자체 관세를 부과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에 맞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양측 관계자들은 강경한 대응이 가치 있다고 판단했다. 독일 출신 안나 카바치니 유럽의회 의원은 "물론 우리는 보복해야 한다""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합의를 원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유일한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국과 멕시코 등은 협상을 기대하며 일단 관망하는 전략을 택했다. 일부 국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훼손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뉴욕 법학대학원 국제법 센터 공동소장 배리 애플턴 국제 무역 변호사는 "눈을 찌르는 사람이 더 유리할까, 아니면 먼저 공격하는 자가 잡아먹히기를 기다리는 자가 더 유리할까?"라며 전략적 선택의 어려움을 꼬집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는 42, 다른 국가들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 및 비관세 무역 장벽에 상응하는 소위 상호 관세 목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전 세계 무역 질서를 재편하는 조치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해방의 날'이라고 칭했다.
지금까지 캐나다와 멕시코는 각기 다른 대응 전략(캐나다는 보다 공격적인 보복, 멕시코는 단호하면서도 협력적인 접근)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많은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결과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많은 국가에 유예를 줄 수도 있다. 우리는 그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관세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해 혼란을 야기했다.

현재 미국은 국경 안보 우려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와해를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산 제품 상당수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또한 지난 312일에는 국내 산업 보호 필요성을 내세워 전 세계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미 미국에서 높은 관세를 부과받고 있던 중국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두 달 동안 관세를 더욱 인상했다.

반발하는 국가들 중 캐나다, 중국, EU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만한 충분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 캐나다는 미국의 주요 에너지 공급국이며, EU와 중국은 미국의 주요 수입국이다. 특히 27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의 거대한 시장 규모는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가 미국 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고 싶다는 발언이 또 다른 고려 사항이다. 캐나다 지도자들은 이를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으나 현재는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전국 선거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캐나다가 강경 대응에 나서는 배경 중 하나다.
전 캐나다 주미 대사 데이비드 맥노튼은 "나는 반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순순히 물러서는 것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강경 대응과 유화 전략의 딜레마

그러나 각국이 반격에 나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훨씬 더 강력하게 대응했다. 이달 초 온타리오주 수상 더그 포드는 150만 미국 가구에 공급되는 전기에 25% 수출세를 부과하여 미국의 관세에 보복하겠다고 밝혔다. 이틀 후, EU 역시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위스키, 오토바이, 모터보트 등 미국산 제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한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하고 EU산 샴페인 및 기타 주류 제품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결국 캐나다와 EU는 공격적인 보복 전략의 한계를 인식하고 속도를 늦추는 모습을 보였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주 캐나다 경제 규모가 미국 경제의 10분의 1에 불과하여 맞대응할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하며 "우리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이러한 관세를 달러 대 달러로 맞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EU 역시 최근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초 41일 발효 예정이었던 첫 번째 보복 관세는 내부 협의 및 미국과의 협상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4월 중순으로 연기되었다. 마로스 세프코비치 EU 통상 담당 집행위원은 25일 워싱턴에서 미국 관계자들과 '실질적인' 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그는 엑스(X)"EU의 우선순위는 부당한 관세 대신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라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의 보복 조치, 즉 미국 농축산물에 대한 새로운 관세,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미국 기업의 광섬유 제품 '덤핑' 가능성 조사 등은 소극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으로 평가된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협상을 위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영향력이 약한 다른 국가들은 단기적으로 관세를 수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유지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 멕시코는 수출의 거의 8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 측과 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관리들을 꾸준히 파견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상호 존중하면서도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려 노력했다고 통화 내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전했다.

멕시코는 국경을 넘나드는 마약과 이민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 수감된 마약 거물 29명을 미국으로 이송했다. 최근 통화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세관국경보호국의 통계를 인용하여 마약 압수량이 급격히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를 보라!"는 제목의 차트를 제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지만,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유예는 없었다. 한 멕시코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경우 양국 협력에 심각한 손상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것이 당신의 경제를 망치는데 어떻게 협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정치적으로, 당신을 경기 침체로 몰아넣는 행정부와 가까이 지내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국방 및 우크라이나 평화와 같은 문제에서 미국과 유럽 간의 가교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와의 무역 분쟁을 피하는 것은 이러한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영국은 또한 미국과의 무역 협정 체결을 간절히 원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지난달 백악관 방문에서 스타머 총리는 찰스 국왕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국빈 방문 초청장을 손으로 직접 써서 전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총리와 나는 훌륭한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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