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사립명문 컬럼비아대에서 일하는 교수들을 대표하는 단체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지원금 4억달러(약 5900억원)를 취소하고 특정 학과에 외부 감독을 요구하는 등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대학교수협회(AAUP)와 미국교사연맹(AFT)은 이날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과 구성원들의 사상, 결사, 학문, 표현의 자유를 전례 없이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소장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연방 예산을 인질 삼아 컬럼비아대가 정부의 입맛에 맞게 학내 표현과 활동을 통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 대학 시스템이 과학·의학·기술 연구에서 세계적 리더로 자리매김해온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컬럼비아대 캠퍼스에서 발생한 반유대주의적 괴롭힘을 근거로 이 대학의 ‘중동·남아시아·아프리카 연구학과(MESAAS)’에 대해 ‘학문적 수탁관리’ 조치를 요구했다. 이는 대학 측이 특정 학과의 운영권을 교수진에서 박탈하고 행정 당국이 직접 관할하는 방식으로 미국 고등교육 현장에서 극히 이례적인 조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요구의 법적 근거를 밝히지 않았으며 관련 주장의 구체적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 교수 단체 측의 주장이다. 이들은 “이같은 요구는 학과 소속 연구자들의 정치적 견해를 문제삼아 벌이는 보복 조치”라고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컬럼비아대는 이미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상태다. 대학 측은 최근 체포 권한을 가진 보안 인력을 캠퍼스에 배치했고 이스라엘 및 유대인 연구소와 국제공공정책대학원(SIPA)에 공동 소속되는 신규 교수 채용 절차를 시작했으며, 중동 관련 학과의 지도부 구성과 균형을 점검할 새 행정 인력도 임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소장에서 이러한 압박이 “뉴욕 캠퍼스뿐 아니라 미국 전역 대학들에 걸쳐 ‘광범위한 공포와 자기검열’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표현의 자유와 학문적 자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이들 단체는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인권을 지지한 활동을 이유로 비시민권자 학생들을 추방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대해 “정치적 견해에 기반한 탄압”이라며 이에 대한 중단 명령을 요구했다.
이 소송은 이달 초 체포된 컬럼비아대 대학원생이자 팔레스타인 활동가로 알려진 마흐무드 칼릴 사례를 계기로 제기됐다. 칼릴은 시리아 난민 캠프 출신으로 지난 2022년 학생비자로 입국해 2024년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최근 미국 이민 당국으로부터 과거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인턴 이력을 비자 신청서에서 누락한 혐의로 추방 위기에 처했다. 법원은 지난주 칼릴의 미국 내 체류를 일단 허용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