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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즉생 메시지 전한 이재용 회장, '독한 삼성인' 주문

삼성 9년 만에…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 열어
이재용도 임원에 '삼성다움 복원' 중요성 당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에게 현재 회사 위기를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규정하며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부족한 부분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임원들에게 다시 한번 '정신 재무장'을 당부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사즉생 메시지는 삼성이 지난달부터 진행 중인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주제의 임원 세미나에서 나왔다. 이 세미나는 삼성이 당면한 대내외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2000명에 이르는 임원들의 역할과 각오를 다지는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요 사업에서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전사적으로 전 임원을 상대로 빠짐없이 교육을 진행해 더 눈길을 끈다.
삼성은 지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임원 대상 교육을 해왔으나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교육을 중단했다가 이번에 9년 만에 처음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재개했다.

이 회장 메시지 영상은 이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진 않지만 위기 돌파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일정 부분 담아 사전 제작한 것이다.

영상 메시지에서 이 회장은 "메모리 사업부는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 등 삼성전자의 각 주요 사업부를 직접 언급하며 질책했다.

이 회장이 사장단이 아닌 전체 임원들에게 사업부별 위기를 직접 지적한 것은 처음이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 참석자는 "평시에 이뤄지던 임원 교육과는 성격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던 선대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만큼 엄중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 회장의 이번 강도 높은 쇄신 메시지는 단순히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 하락만을 두고 내놓은 것이 아니라는 평가다. 초격차 기술력과 1등 정신을 자랑해 왔던 근본적인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기술력의 상징이던 반도체 사업에서 범용(레거시) 메모리 수요 둔화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일정 지연으로 인해 시장의 기대보다 낮은 성적을 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실적 전망 역시 밝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최근 3개월 동안 국내 증권사 18곳의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평균 5조37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삼성전자의 설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였던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는 물론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전체 핵심 제품들의 시장 점유율이 전년 대비 하락했다. 초격차 기술력을 유지해 왔던 메모리 분야에서도 SK하이닉스에 역전당했고, 창신메모리와 같은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에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 마이크론 등의 추격세가 거세지면서 사이에 끼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거론되고 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회장이 사즉생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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