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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우크라이나 관계 악화로 전쟁 25개월 만에 최대 외교적 성과

트럼프 행정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및 러시아와 직접 휴전 협상 추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2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리오보 관저에서 비디오 링크를 통해 안보리 회원국들과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4년 2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리오보 관저에서 비디오 링크를 통해 안보리 회원국들과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황금기"를 선언한 가운데, 러시아는 침공 25개월 만에 가장 큰 외교적 승리를 거두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중단과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관계 악화가 푸틴에게 전쟁 이후 가장 유리한 국면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난 5일(현지시각) 뉴스위크가 전했다.

지난 4일 의회 합동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성공적인 시대"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 변화에 충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금요일(2월 28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와 젤렌스키 간 공개 설전은 외교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날 젤렌스키는 예정된 광물 거래도 없이 백악관에서 떠나야 했다.

크렘린궁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 변화를 환영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백악관의 외교 정책이 "우리의 비전과 대체로 일치한다"고 선언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 내용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에 유리한 일련의 정책 변화를 추진했다. 이 변화는 우크라이나의 방어 태세를 약화하고 국제사회에서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낭비, 사기, 미국 납세자 달러 남용의 포스터 아이"라고 반복적으로 비난하며 체계적인 해체 작업에 착수했다. 전체 연방 지출에서 해외 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기준 1%를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또한, NBC 뉴스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지난주 우크라이나 전력망 복구 지원 계획을 조용히 중단했다. 이 프로그램은 러시아의 반복적인 표적 공격으로부터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 측은 USAID 감축을 환영하며 이를 "국제 문제에 간섭하는 기계"이자 "정권, 정치 질서, 국가 구조를 변화시키는 메커니즘"이라고 비난했다.

법무 분야에서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팸 본다이 법무장관은 취임 후 가장 먼저 미국 선거에 대한 외국의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한 FBI의 해외 영향 태스크포스를 해체했다. 또한,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 집행 범위를 축소했는데, 이는 트럼프의 첫 임기 당시 선거운동 위원장이었던 폴 매너포트를 포함한 미등록 외국 로비스트를 추적하는 데 사용되었던 법이다. 트럼프는 첫 임기를 마치기 직전 매너포트를 사면한 바 있다.

더불어 본다이 법무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집행하고 러시아 올리가르히 자산을 압류하는 특별 정부 조직인 클렙토캡처(KleptoCapture)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한 법무부 관리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행동 중 어느 것도 러시아에 나쁘다고 합리적으로 볼 수 없다"며 직업적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익명을 요구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미국은 유엔에서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와 함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는 1945년 이래 처음으로 워싱턴이 유럽 안보 문제에 관해 유엔에서 모스크바 편을 든 사례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 방문 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협상에 의한 해결의 현실적인 결과"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헤그세스 대변인은 미국이 안보 보장의 일환으로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파견되는 모든 유럽 평화유지군은 "비 나토 임무"의 일환으로 배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영향력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 "'오, 우리는 현장에 존재하는 몇 가지 현실을 인식함으로써 모든 협상 카드를 테이블에서 제외시켰다'고 말하는 것은 값싼 정치적 요점일 뿐이다"라고 날카롭게 반박했다.

◇ 트럼프-젤렌스키 갈등 고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는 외교 현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트럼프는 젤렌스키를 배제한 채 푸틴과 직접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을 논의했다. 이후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한 고위급 미국 대표단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회담을 가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협상이 관련 당사자들의 "뒤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한 후 사우디아라비아 회담 초청을 거부했다. 이에 트럼프는 격분하여 젤렌스키를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계엄령 하에 있는 우크라이나에 선거를 치르라고 요구했다. 현행 우크라이나 법에 따르면 전시 상황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실시할 수 없다.

지난 금요일 백악관 회담은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계기가 되었다. 정상회담이 시작된 지 약 40분 만에 젤렌스키가 푸틴이 2014년 합의를 반복적으로 파기했다며 새로운 휴전 협정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트럼프는 격앙된 어조로 "당신은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며 "거래를 하든지 아니면 우리가 탈락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압박했다.

트럼프가 언급한 거래는 우크라이나가 광물 수입의 상당 부분을 "투자 기금"에 투자하는 희토류 협정이었다. 회담 후 음울한 표정의 젤렌스키가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고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으며, 예정된 공동 기자회견과 점심식사도 돌연 취소됐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러시아 정치학 교수인 샘 그린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회의에 대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열차 사고였다. 뮌헨안보회의 이후 조용한 대화는 우크라이나를 몰락으로 이끄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고 신랄하게 평가했다.

마이클 맥폴 전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도 U.S. 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나는 우리 대통령이 이 일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트럼프는 푸틴의 왜곡된 렌즈를 통해 전쟁 전체를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 미국의 우크라이나 원조 중단과 러시아의 반응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와의 백악관 회담 직후인 지난 3일 백악관 관계자를 통해 "해결책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원조를 일시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국무부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완화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루어졌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럼프의 원조 중단 결정을 즉각 환영하며 "아마도 평화에 대한 최선의 기여가 될 것"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 고위 관리들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삭감이 러시아의 승리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표명했으며, 트럼프-젤렌스키 갈등 상황은 러시아 국영 매체에서 널리 보도되며 친 크렘린 선전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4일 발표된 성명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갈등이 "유감스럽다"며 "항구적인 평화를 더 가까이 가져오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광물 거래에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의회 합동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수천억 달러를 보냈지만, 안보도, 아무것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박수를 치자 "5년 더 계속하고 싶은가? 그래, 당신은 그렇게 말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러시아와 "진지한 논의"를 해왔으며 "러시아가 평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강력한 신호"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하며 평화 협정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미국이 어떤 조건에 동의했는지, 러시아가 어떤 양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침략 25개월 만에 가장 큰 외교적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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