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신세대 CEO들, 혹독한 중국 시장서 경쟁력 키워
딥시크·유니트리 창업자들 시진핑 심포지엄 참석..."중국 혁신에 젊은 세대 필요"
딥시크·유니트리 창업자들 시진핑 심포지엄 참석..."중국 혁신에 젊은 세대 필요"

이들은 모두 1980년대 이후 태어나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시대에 성장한 세대로, 사기업 활동이 장려되고 전통적 사회 장벽이 해체된 시기에 교육받았다.
딥시크의 량원펑(1985년생)과 유니트리의 왕싱싱(1990년생)은 지난달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재한 기업가 심포지엄에 초대받았다. 35세의 나이로 회의에 참석한 최연소 기업가인 왕은 시 주석에게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고 말했으며, 시 주석은 "중국의 혁신에는 젊은 세대의 기여가 필요하다"고 화답했다.
이들 새 세대 기업가는 알리바바의 잭 마, 바이두의 로빈 리, 텐센트의 포니 마 같은 이전 세대와 달리 절대 빈곤의 기억 없이 자란 세대다. 그럼에도 이들은 중국의 국가 주도 경제에서 정부 지원 없이 겸손하게 시작해 사업을 키웠다.
딥시크는 원래 량원펑의 퀀트 트레이딩 사업부 사이드 프로젝트였으나, 1월 말 저비용 고성능 AI 모델 R1과 V3가 전 세계에 깊은 인상을 남긴 후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에 충격파를 던졌다.
세계 최고의 드론 제조업체 DJI는 왕타오의 기숙사 방에서, 틱톡의 소유주 바이트댄스는 2012년 베이징의 아파트에서 시작됐다. 왕싱싱은 2016년 유니트리를 설립했으며 초기에는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뉴욕대학교 부교수 윈스턴 마는 "중국 창업자들은 서구에서 발명된 기존 기술을 중국 시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빠르게 테스트하고 확장하는 데 능숙했다"며 "이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키고 납품 비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의 궈바이 조교수는 "요즘 중국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 중 하나"라며 "국내 시장에 대한 노출은 기업의 경쟁력에 있어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의 차량 호출 경쟁을 "전면전"이라고 묘사하며, 중국 기업들이 점점 더 날카롭고 복제 속도가 빨라지다가 결국 모방할 것이 바닥나자 "창의성과 혁신으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들 '판타스틱 4'의 특징 중 하나는 모두 중국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점이다. DJI의 왕타오는 홍콩과학기술대학, 바이트댄스의 장이밍은 톈진의 난카이대학, 량원펑은 항저우의 저장대학에서 공부했다. 유니트리의 왕싱싱은 최고의 과학 학생이었지만 영어 점수가 낮아 상하이대학에 입학했다.
이들은 모두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미국의 마크 저커버그나 샘 올트먼과 달리 스포트라이트를 피하고 공개 발언이나 모습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 바이트댄스의 장이밍과 DJI의 왕타오는 수년간 인터뷰를 수락하지 않았고, 딥시크의 량원펑도 회사의 기술이 헤드라인을 장식했음에도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또한, 이들은 "부를 과시"하는 대신 실질적인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장이밍은 AI 논문을 읽고 최고 인재를 영입하는 데 주력해왔으며, 량원펑은 새로운 기술적 돌파구를 찾기 위해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의 성공은 중국 내 국가주의적 자부심의 원천이 되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이 미국의 기술 규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기업이 혁신적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자, 량원펑은 국민 영웅으로 환영받았다.
또한, 중국 춘절 갈라쇼에서 유니트리 로봇이 공연한 민속 춤은 10억 명의 중국 시청자에게 이 스타트업이 일론 머스크의 옵티머스 로봇에 도전하는 기업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었다.
테크모트 컨설팅의 제프리 타우슨은 중국 기업가들의 경쟁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국 비즈니스가 축구와 같다면, 중국 비즈니스는 럭비다. 그들은 거친 스포츠를 하는 데 익숙하다."
홍콩 카이위안 캐피털의 브록 실버스 CIO는 중국 기술 기업가들이 "중국의 글로벌 야망을 지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자급자족은 가능할 수 있지만, 전 세계의 채택과 리더십은 여전히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는 중·미 관계의 발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퍼블릭 스타일이 아닌 이들 '판타스틱 4' 기업가들은 바이트댄스, DJI, 딥시크, 유니트리 모두 아직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았기에 향후 더 큰 부를 축적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새로운 기술 경쟁력을 상징하는 이들의 행보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서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