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0년 2월 첫 임기 당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https://nimage.g-enews.com/phpwas/restmb_allidxmake.php?idx=5&simg=20250211010613094219a1f3094311109215171.jpg)
10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11일 또는 12일 공식 발표 후 즉시 시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 2018년과 유사한 조치…당시 EU의 보복관세 사례 재현될 가능성
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이번 조치는 그가 지난 2018년 3월 도입한 철강(25%)·알루미늄(10%) 관세와 유사한 방식이다. 당시 미국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6월에는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에도 이를 확대 적용했다.
이에 대해 EU는 약 64억 유로(약 9조2000억원) 규모의 철강·알루미늄 수출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됐고, 3개월 후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EU의 보복 관세는 28억 유로(약 4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했으며 철강·알루미늄뿐만 아니라 위스키, 청바지, 오토바이 등 미국 주요 산업 제품도 포함됐다.
미국 증류주협회에 따르면 EU의 보복 관세 이후 미국산 위스키의 EU 수출이 3분의 1 감소하며 약 2억5600만 달러(약 37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GM과 포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제조업체들도 2018년 관세 시행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국산 철강을 주로 사용했음에도 자국 철강업체들이 수입 제한으로 인해 가격을 인상하면서 생산 비용이 상승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캐나다, 멕시코 등 일부 국가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며 관세 면제 조치를 시행했으나 국제 통상 마찰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 한국 철강업계, 2018년 쿼터제 유지…이번에도 적용 가능할까
이같은 조치를 통해 관세 부과를 피했지만 한국 철강업체들 입장에서는 수출량이 감소하는 부작용이 초래됐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관세 부과를 추진할 경우 한국이 기존의 쿼터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미국은 지난 2023년 한국산 철강에 대한 원산지 규정을 강화하며 중국산 소재를 사용한 한국산 철강 제품에 보조금 규제를 적용하는 등 추가적인 규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관세 조치가 기존 쿼터제뿐만 아니라 원산지 규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 EU·자동차 업계 강력 반발…한국 자동차 산업에도 부담 예상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에 대해 EU는 즉각적인 반발과 함께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10일 낸 성명에서 “미국이 일방적으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는 유럽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즉각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보복 조치는 2018년과 유사하게 미국 제품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며, 특히 자동차 및 농산품 분야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번 철강·알루미늄 관세 재도입이 자동차 업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기차 전환과 환경 규제 대응으로 이미 부담이 커진 자동차 업계에 추가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8년 당시 현대차·기아 등 한국 자동차 기업들도 미국 철강 관세로 인해 원자재 비용 부담이 증가했으며, 이번에도 비슷한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2018년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의 협정’이 변수 될 수도
현재 미국과 EU, 일본, 영국 등은 조 바이든 전 행정부가 지난 2021년 체결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완화 협정’을 유지하고 있다. 이 협정에 따라 일부 국가들은 고율 관세 대신 수입 쿼터제를 적용받으며 무역 갈등을 완화해왔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협정을 파기하고 새로운 관세를 도입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 간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한국 철강·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무역 환경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도 아울러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