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EV로 473km 주행거리 확보...전기차 시장 주도권 노려
글로벌 판매 성장세 둔화 속 인도서 새 활로 모색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신모델을 앞세워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닛케이 아시아는 22일(현지시각)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2027년 인도의 배출가스 규제 강화를 앞두고 현지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글로벌 판매 성장세 둔화 속 인도서 새 활로 모색
현대자동차는 지난 17일 뉴델리 자동차 전시회에서 완충 시 최대 473km를 주행할 수 있는 크레타 전기차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 김언수 대표이사는 "인도는 전기차 도입 초기 단계에 있으며, 전기차 보급률이 미국, 유럽, 중국보다 낮다"며 "매력적인 가격으로 전기차 도입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의 타룬 가르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25년과 2026년이 인도 전기차 판매의 방아쇠를 당기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정부는 2027년 4월부터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7년 기준으로 19%, 2032년에는 2027년 대비 24% 추가 감축하도록 하는 더 엄격한 배출 기준을 시행할 예정이다.
파리 소재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1710만대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의 37% 증가율과 2022년의 48% 증가율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자료에 의하면, 2024년 유럽 31개국의 전기차 판매량은 199만대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는 유럽 지역 최초의 전기차 판매 감소세다.
자동차 데이터 분석업체 마크라인스(MarkLines)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각각 27.0%, 7.8%를 기록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경우 약 13% 수준이다. 반면 연간 420만대 규모의 인도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스즈키는 첫 전기차 모델인 e비타라를 출시하며 인도를 전기차 글로벌 생산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스즈키 모터 도시히로 스즈키 사장은 17일 뉴델리 자동차 전시회 기자회견에서 "인도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유럽과 일본을 포함한 100여 개국에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트남 전기차업체 빈패스트의 아슈윈 파틸 인도법인 부대표는 "인도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찾을 필요가 없다. 단지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면 된다"며 "타타, 마힌드라, 현대와 같은 유명 브랜드들이 전기차를 출시하면서 이러한 인식 전환이 촉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첸나이 소재 아반테움 어드바이저스의 V.G. 라마크리슈난 매니징 파트너는 22일 “인도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매우 큰 시장이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분석했다. 2020년 국경 분쟁 이후 인도 정부가 중국 기업 투자를 제한하면서, 중국 창청자동차(長城汽車)는 10억 달러 규모의 제너럴 모터스(GM) 공장 인수 계획을 포기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BYD)의 라지브 차우한 인도 승용차 부문장은 "현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좀 더 기다려볼 것"이라고 밝혔다. 비야디는 현재 인도에서 3개 모델을 판매 중이며, 올해 실리온7을 추가 출시한다.
영국 소재 자동차 컨설팅업체 JATO 다이내믹스의 라비 바티아 인도법인 사장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주행거리를 제공해야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마힌드라, 타타 모터스의 최신 전기차 모델들은 한 번 충전으로 약 50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는 2019년 타타가 처음 출시한 개인용 전기차의 주행거리보다 2.5배 늘어난 수준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