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관세 수입으로 감세에 따른 재정 손실금 충당 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모든 교역 상대국 수입품에 대한 10~20%의 ‘보편 관세’와 중국산에 60%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은 단순한 협상용이 아니라 감세에 따른 정부 재정 수입 보전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재정 수입원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로 재정 수입을 확대하는 계획을 확실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개인이 소득세를, 기업이 법인세를 내는 것처럼 모든 수입품에 관세를 붙여 그 재원으로 정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감세로 줄어드는 정부 재원을 보충하려 한다고 로이터가 강조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월 1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투하한 뒤 그다음 타깃은 유럽연합(EU)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20일 취임일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를 2월 1일에 부과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1일에는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그 시점은 아마도 2월 1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3국과 달리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점을 언급하지 않은 채 유럽연합에 공세를 취했다. 그는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미국을 악용하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면서 “EU도 아주 아주 나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고, 이것이 공정성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집권 1기 정부 때 도입했다가 올해 말에 만료되는 감세 법안을 연장하려고 한다. 이렇게 하려면 4조 달러에 달하는 세수 부족을 메울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인 2017년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통해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7%로 내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하고, 팁에 붙는 세금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공약을 이행하면 이미 36조 달러(약 5경166조원)에 달하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가 더 늘어난다. 미국 재정·경제 분야 싱크탱크인 '책임있는연방예산위원회(CRFB)'에 따르면 이 감세 공약이 모두 실현되면 향후 10년간 미국 재정 부채는 9조1500억 달러(약 1경2750조원) 더 늘어난다.
문제는 관세로 감세에 따른 재정 수입 부족분을 메울 수 없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미국이 연간 관세 부과로 거둬들이는 재원이 1000억 달러 미만에 불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이 추진되면 수조 달러의 재원 손실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미국 정부 재정 수입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가량이다.
미 하원 세입위 분석 자료에 따르면 미국이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면 향후 10년에 걸쳐 1조90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에 도입한 감세 조처를 연장하면 향후 10년 동안 4조 달러의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을 주도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 및 제조업 담당 선임고문은 CNBC 방송에 “감세 논의에서 관세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면 연간 약 3500억~4000억 달러의 재정 수입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 강경파 그룹은 관세 수입의 신뢰성과 지속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 관세 제도 도입 등을 위해 의회에서 입법하려고 하면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이라고 공화당 내 강경파 의원들이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