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내수와 투자 유인책 효과…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투자 몰려
중국·유럽 FDI 급감... 미국과 극명한 대조
미국의 전 세계 신규 외국인직접투자(FDI) 프로젝트 점유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유럽 FDI 급감... 미국과 극명한 대조
FT가 2024년 11월까지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신규 FDI 프로젝트 점유율은 14.3%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 11.6%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FT 그룹 자회사인 FDI 마켓츠가 2003년부터 추적해온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이 새로운 시설을 건설하거나 기존 시설을 확장하는 그린필드 투자 프로젝트는 2024년 11월까지 미국에서 2100건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경우 같은 기간 400건 이하로 감소했다. 이는 2010년대 중반까지 연간 1000건 이상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하락세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같은 기간 470건의 신규 FDI 프로젝트를 유치해 1년 전 1100건에서 급감했다. 이는 18년 만의 최저치다.
씨티은행의 네이선 시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FDI 급증은 인공지능(AI) 혁신 허브 역할, 낮은 에너지 비용,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CHIPS Act) 같은 투자 유인책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츠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FDI 감소는 서방 국가들의 '디리스킹(de-risking)' 정책이 영향을 미쳤으며, 유럽의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이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이네스 맥피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글로벌 투자 프로젝트를 점점 더 많이 유치하고 있으며, 이는 강력한 수요 전망과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 증가를 반영한다"며 "이러한 미국의 특수성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신규 FDI 프로젝트 총액은 1년 새 1000억 달러(약 143조5200억원) 이상 증가해 2270억 달러(약 325조7904억원)를 기록했다. 특히 CHIPS Act의 직접 지원을 받은 반도체를 비롯해 산업 장비, 건설, 전자 부품, 재생 에너지, 항공우주 분야에서 기록적인 투자 증가가 나타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25년 2.7% 성장하며 다른 선진국을 앞설 전망이다. 반면 유로존은 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롬바르드 오디에르의 사미 차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무역이 더 분열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와 의료 등 전략 산업은 자국 생산으로, 여타 제품은 우호국과의 교역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미국으로 유입된 FDI 프로젝트의 62%는 서유럽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팬데믹 이전 10년(2010~2019년) 평균인 58%에서 증가한 수치다. 반면 미국 기업들의 해외 투자 프로젝트는 같은 기간 2600건으로 줄어들었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년 만에 최저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의 리처드 볼윈 투자연구 책임자는 "미국의 투자 인센티브와 경제 환경은 변하지 않았다"며 "세계 투자 유치에서 미국의 매력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 참석한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과 리쇼어링 정책이 세계 경제 질서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 목요일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 포럼 화상 연설을 앞두고, 취임 첫날 고율 수입 관세 부과 등의 행정명령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