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사이클'(초호황기)이라는 추세적인 요인에 고가 선박 수주 확대, 신조선가와 환율 상승 등이 맞물린 결과다.
한미 간 조선업 협력에 힘입어 올해도 호황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이럴 때일수록 미래 동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에서 모두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조선 3사가 나란히 연간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그 동안은 전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 여파로 3곳 중 최소한 1곳은 항상 적자를 면치 못했다.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의 경우 매출은 전년 대비 19.36% 증가한 25조4196억 원, 영업이익은 407.50% 늘어난 1조4325억 원으로 예상됐다.
암모니아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을 확대한 것이 대규모 실적 개선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전체 수주 181척 중 50척이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 운반선이었다.
한화오션은 매출이 38.73% 오른 10조2777억 원, 영업이익은 1691억 원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1965억 원이었다.
한화오션이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영업이익 개선 폭이 작은 것은 2022년 있었던 51일간의 파업 여파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은 22.00% 오른 9조7717억 원, 영업이익은 103.41% 증가한 4746억 원으로 전망됐다.
재작년 9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은 자체 목표였던 매출 9조7000억 원·영업이익 4000억 원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3사의 동반 흑자는 조선업 호황 속 선박 수주·건조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주량은 총 1098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건조량은 1127만CGT로 주요국 중 최대 증가율(22.1%)을 기록했다.
4년 가까이 이어지는 신조선가 상승세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189.2로 역대 최고치(191.5)의 99% 수준에 육박했다.
선박 건조 계약금을 달러로 지불받는 업계 특성상 최근의 고환율 기조도 호실적에 기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한국투자증권은 한화오션 리포트에서 "2024년 4분기 달러 대비 원화 평균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분은 334억 원 이상으로 추정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올해도 호황 사이클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전통적 에너지와 화석연료 기반 산업을 중시하는 만큼 액화천연가스(LNG)와 LPG 운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협력 필요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전망이 밝다.
다만 지금의 호황이 외생적인 요인에 따른 것인 만큼 국내 조선 3사들이 현 상황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제언도 나온다.
대한조선학회장을 지낸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잘했다기보다는 친환경 기조, 고환율 현상, 홍해 사태를 비롯한 지정학적 상황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면서 "올해도 (호조가)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상황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봐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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