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로봇 기술 활용...자율주행 혁신 예고
3만 달러 '가성비' 전략...테슬라에 도전장
2025년 CES 전자 전시회에서 일본의 혼다자동차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퇴역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의 기술을 전기차에 접목해 자율주행 혁신을 이루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과연 혼다는 아시모의 DNA를 이식받은 전기차로 자율주행 시대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3만 달러 '가성비' 전략...테슬라에 도전장
10일(현지시각)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혼다의 새로운 전기차 '0 시리즈'는 아시모의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설계된다. 2000년 세계 최초의 2족 보행 로봇으로 데뷔한 아시모는 2022년 퇴역할 때까지 인간형 로봇 기술의 선두 주자였다. 혼다는 아시모에 적용된 고도의 센서 기술, 균형 제어 알고리즘, 인공지능(AI) 등을 전기차에 이식해 자율주행 기능을 크게 향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아시모의 운영체제는 차량 내 다양한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개선을 넘어 차량 전체의 지능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모의 균형 제어 알고리즘은 전기차의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활용될 수 있다. AI 기술은 외부 환경 인식 및 판단 능력을 향상해 자율주행 성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 혼다는 이를 통해 특정 조건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주행하는 조건부 자율주행(Level 3) 기술을 구현할 계획이다.
◇3만 달러 '가성비' SUV, 자율주행 대중화 노린다
혼다는 ‘0 시리즈’ SUV의 가격을 3만 달러 이하로 책정해 자율주행 기술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고가의 자율주행 차량 시장에 '가성비'라는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당 모델은 북미에서 생산되어 북미, 일본, 그리고 아시아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NACS 충전 표준과의 호환성을 확보해 북미 전역의 10만 개 충전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혼다의 이번 발표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테슬라 벌이는 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테슬라는 올해 인공지능만으로 작동하는 로보택시를 출시할 계획이다. 반면, 혼다는 아시모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안정성과 정확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의 상반된 접근 방식은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다양성을 더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제공할 것이다.
◇'생활 플랫폼'으로 가는 진화, 과제는 산적
혼다의 아시모 기술 활용은 단순히 자율주행 기능 개선을 넘어선다. 차량을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시키려는 시도다. 차량은 더 이상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주행 중에도 업무, 엔터테인먼트, 쇼핑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 확보는 물론, AI 학습 데이터의 편향성, 개인정보 보호 문제,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규제 장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혼다의 발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로봇 기술은 더 이상 공장이나 연구실에 갇혀 있지 않다.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혼다의 전기차는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미래 모빌리티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