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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동맹에서 거래로, 트럼프 시대의 美·캐나다 관계 대전환(상)

트럼프 25% 관세 위협에 캐나다 GDP 4% 타격 전망...美·캐나다 동맹 위기
트뤼도 총리 사임으로 리더십 공백까지 겹쳐
前 美 주재 캐나다 대사 "제2차 대전 이후 최대 위기" 경고
캐나다 온타리오주 랜스다운에 있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다리에 있는 캐나다-미국 국경 검문소에서 미국과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캐나다 온타리오주 랜스다운에 있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다리에 있는 캐나다-미국 국경 검문소에서 미국과 캐나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미국과 캐나다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과 25% 관세 부과 위협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의 동맹 관계를 유지해온 양국 관계가 근본적 재편을 앞두고 있다. <글로벌 이코노믹>은 미-캐나다 관계의 대전환이 가져올 파장과 그 영향을 2회(상·하)로 나눠 심층 분석한다. [편집자 주]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온 '동맹 강화' 기조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이 추진해온 친환경 에너지와 첨단 기술 분야에서 동맹국이나 우방국과 협력을 강조하는 '프렌드 쇼어링'과 기업이 자국과 인접극에 생산과 서비스 업무를 이전하는 ‘니어 쇼어링’ 전략이 흔들리면서, 미국과 가장 긴밀한 경제·안보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캐나다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2기의 외교정책 특징을 '거래적 고립주의(Transactional Isolationism)'로 규정한다. 이는 트럼프의 새로운 대외정책 기조를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이러한 정책 기조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이 지난해 1월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한 220여 명의 경제학자 중 85%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의 아메리카페스트에서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22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터닝포인트 USA의 아메리카페스트에서 손짓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는 당선 직후부터 캐나다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모든 캐나다산 수입품에 25% 관세 부과 △국방비,국내총생산(GDP) 2% 수준 증액 △국경 통제 강화를 요구했다. 여기에 더해 ' 트럼프는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캐나다의 주권을 위협했다. WSJ는 이러한 발언이 처음에는 농담으로 시작됐을 수 있으나, 점차 진지한 정책 제안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는 캐나다의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수자원 등 풍부한 천연자원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제안은 캐나다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편입에 찬성하는 캐나다인은 13%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 제국에 충성을 맹세하며 이주한 왕당파의 후예들로 구성된 캐나다의 역사적 정체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51번째 주' 발언이 실제 합병을 겨냥했다기보다는, 캐나다의 자원 개방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는 멕시코에 이어 미국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이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양국 간 교역액은 약 7000억 달러이며, 같은 기간 미국의 대 캐나다 무역적자(수출이차)는 540억 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이 무역 불균형 해소를 관세 부과의 근거로 제시했다.

두 나라의 경제 연관성은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조 5100억 달러로 추정되는 캐나다 GDP에서 대미 수출 의존도는 76%나 된다. 이처럼 높은 의존도는 국경을 공유하는 지리상의 이점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거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이어진 경제 통합의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져왔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 중앙은행(BOC) 총재는 "25% 관세 부과는 캐나다 경제 성장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 비용 증가와 공급망 교란으로 오는 2027년까지 GDP가 약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우려는 미국 산업계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2024년 9월 니어쇼어링 전문기업 아브난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경제 협력 체제가 약화될 경우 미국 내 생산 이전으로 15~30%의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S&P 글로벌도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업종별로 5~15%의 소비자 가격의 상승을 우려했다.
양국 통상 전문가들은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무역정책의 부분적 수정만 있는 기본 시나리오 △보호주의 강화에 따른 지역 경제 블록의 약화라는 극단적 시나리오 △의회와 경제계 반발, 국민 여론 등을 감안한 선별적 산업의 제한적 조정이라는 절충 시나리오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 있는 리도 코티지 자택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 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 있는 리도 코티지 자택에서 사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기 대응을 이끌어야 할 캐나다의 리더십도 흔들리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6일 지지율이 22%를 기록한 가운데 사임을 발표했다. 후임 선출까지 최소 3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캐나다 기업협의회 골디 하이더 회장은 미국 겨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오늘 캐나다를 대표해 누가 말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토론토대학교 멘지스 경제연구소의 로버트 카슨 교수는 캐나다 일간 파이낸셜 포스트(FP) 인터뷰에서 "관세가 부과될 경우 캐나다 GDP 2~4% 감소, 15만 개 일자리 손실, 인플레이션 7.2% 상승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에너지, 자동차, 중공업 등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미국 내 진보 언론과 민주당, 비즈니스계가 지적하는 '보호무역 강화로 인한 미국의 손실'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전 미국 주재 캐나다 대사 데이비드 맥노튼은 글로브 앤 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약점을 발견하면 자기의 이점을 활용하려 한다"면서 "앞으로 2~3개월은 동물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나다는 위기 극복을 위한 대응에 나섰다. 캐나다 연방정부는 13억 달러를 투입해 국경 보안을 강화하고, 불법 이주와 마약 밀수 문제 해결에 착수했다. 또한, 2032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캐나다의 국방비는 GDP의 1.37%이며, 2% 목표 달성을 위해 연간 170억 달러의 추가 지출이 필요하다.

캐나다 자동차부품제조업체협회 플라비오 볼페 회장은 글로브 앤 메일 인터뷰에서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가장 먼저 고통을 느낄 곳은 미국"이라면서 "미국 자동차 산업이 캐나다 생산을 대체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상공회의소 페린 비티 전 회장은 같은 매체 인터뷰에서 "우리는 한 고객에게 포로가 됐다"면서 "세계 시장에 선적하지 않아 석유와 가스의 세계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는 규제 개혁을 통해 인프라와 자원 프로젝트 개발을 가속화하고, 석유·가스 생산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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