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호이자 소셜미디어 플랫폼 X의 소유주 일론 머스크가 미국 정부 예산안 협상 과정에 직접 개입하며, 선출되지 않은 민간인이 공적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새로운 정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NBC뉴스는 21일(현지시각), 머스크의 전례 없는 정치 개입이 대의민주주의와 의회 자율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2025년 3월14일까지 정부를 운영하기 위한 1조 6000억 달러 규모의 임시 예산안을 두고 X 플랫폼을 통해 "이 터무니없는 지출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하원이나 상원의원은 2년 안에 투표에 부쳐져야 마땅하다!" 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두 달 간 100번 넘게 원래의 지출 합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고,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게 경선 도전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NBC 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그에게 내 의견에 동의한다면 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머스크와 공조를 인정했다. 이어 법안을 "우스꽝스럽고 엄청나게 비싸다"고 비난하며 무력화를 주도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 셧다운(일시 폐쇄)을 막기 위해 3개월 임시 자금 지원과 허리케인 피해 지역에 대한 1000억 달러의 재난 구호를 포함한 수정안에 서명해야 했다.
이제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은 단순한 자금력을 넘어서고 있다. 2억5000만 달러의 트럼프 선거 자금 지원, 2억 명이 넘는 X 플랫폼 이용자를 통한 여론 형성력,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혁신 기업의 수장이라는 상징성이 결합되며 전통적 정치 체계를 위협하는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는 머스크를 정부 효율성 제고를 위한 특별기구 수장으로 임명할 의향을 밝혔다. 이는 연방 노동 인력의 대폭 감축과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조직으로, 머스크가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 개혁의 핵심 인물이 될 것이고, 기존 정부 조직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정책이 트럼프와 머스크의 공조에 따라 급변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머스크 관련 산업에서의 규제 완화와 정부 지원 축소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는 자본과 소셜미디어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정치 권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전통적인 삼권분립과 대의민주주의가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과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지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