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CNBC 등에 따르면 내년 연준이 금리 인하를 2차례만 단행할 것으로 시사하는 등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치자, 금값은 한때 2% 넘게 급락하며 한 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2월 인도 금 선물은 이날 뉴욕장 후반 1.57% 정도 내린 온스당 2611.68달러에 거래됐다.
연준은 전일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지만, 금리 결정 이후 ‘매파적’ 전망을 쏟아냈고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가 급등하며 금값을 대폭 끌어내렸다.
금리 상승과 달러화의 강세는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보유 비용 증가로 이어져 금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가 3.1%로 잠정치인 2.8%를 웃돌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월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을 높였다.
TD 증권의 바트 멜렉 원자재 전략 책임자는 “미국의 GDP 지표와 실업수당 청구 건수를 보면 지표가 상당히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견고한 미국 경제와 인플레이션 위험은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이유가 거의 없다는 것을 재확인시켜 주며, 이는 역사적으로 수익률이 없는 금에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장기 '긍정적' 시각 유효
시장에서는 단기적인 금값의 하락에도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CNBC는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금값이 2025년에도 견고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원자재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 특히 중국의 금 수요와 같은 광범위한 요인이 달러와 미국 재무부의 움직임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평가했다.
후세인 이코노미스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제안과 연준의 매파적 기조는 금의 하방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금 가격이 하락하겠지만, 내년에는 비전통 요인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등의 중앙은행 수요가 금값 상승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인 중국의 중앙은행은 지난 11월에 금 매입을 재개했다. 또한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고조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거시경제 전망이 약화되자 중국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수요도 부각되고 있다.
후세인은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 이후 폴란드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들이 금 매입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면서 "그 결과 금 가격이 내년에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BC 브루인 돌핀의 자넷 무이 시장 분석 책임자도 금 가격이 내년에도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준의 더 매파적인 태도, 미국 달러 강세, 실질 수익률 상승은 금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금값이 일부 구조적, 순환적 지지를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이는 "신흥시장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고에서 금을 늘리고자 하는 욕구가 있고 다양한 거시적 위험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포트폴리오에 금을 편입하려 한다“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분산투자로 금 투자에 대한 '비중 확대'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ING의 에바 만테이 원자재 전략가는 2025년으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 다각화, 금리가 계속 낮아질 것이라는 사실이 "금에 대한 퍼펙트 스톰"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일 연준의 성명 발표 이후 금값이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중기적으로 계속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ING는 금값이 현재 온스당 2595달러에서 2025년 평균 2760달러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