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해묵은 갈등을 뒤로 하고, 경제 협력을 통해 '윈윈'하고 있다. 활발한 교역, 투자, 관광 교류 등을 통해 양국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해졌다고 1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특히, 올해는 두리안, 바닷가재, 눈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경제적 이익이 증대되었다.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첫 10개월 동안 양국 간 무역 규모는 212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베트남산 두리안은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10월에는 태국을 제치고 최대 공급국으로 부상했다. 또한, 중국이 수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베트남산 바닷가재 수출도 급증했다.
양국은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 교통 인프라 확충에도 힘쓰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을 연결하는 철도 노선이 개선되고 있으며, 중국은 베트남의 670억 달러 규모 고속철도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를 잇는 쿤밍-방콕-싱가포르 철도 시스템과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양국 교류가 활발하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의 아름다운 해안선과 중국의 눈 풍경은 양국 국민에게 매력적인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배경에는 실용주의적 접근이 자리 잡고 있다. 오랜 영토 분쟁에도 불구하고 양국 지도자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체결된 통킹만 석유 및 천연가스 공동 탐사 합의는 대표적인 협력 사례다.
베트남은 중국 경제 침체,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인해 중국 기업들에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올랐다. 중국 기업들은 베트남에 생산 기지를 이전하여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지리적 접근성, 저렴한 인건비, 미국 관세 면제 등의 이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는 여전히 불안 요소가 존재한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최근에는 중국 법 집행 요원들이 베트남 어부들을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베트남이 해양 문제로 인해 경제 협력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베트남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외 관계 다변화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과 베트남의 사례는 경제적 이익을 매개로 갈등을 극복하고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제적 의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