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과 내수 부진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경제 정책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이번 주 개최 예정인 중앙경제업무회의에서 내년도 주요 정책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수백 명의 고위 관료가 참석하는 이번 회의에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 지방정부 부채 문제, 투자자 신뢰 회복, 청년실업 해소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트럼프의 대중 관세 위협과 EU와의 긴장 고조 등 대외 리스크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UBS 투자은행의 왕타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에 대한 논의와 사전 대응책 마련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당국은 관세 부과가 공식화될 때까지 구체적 대응은 유보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회의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연간 경제 성장률 목표인 '약 5%' 달성을 위해 9월부터 도입한 지원 정책의 효과를 평가하고, 추가 부양책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딩솽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진 상황"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이 재정 적자 비율을 현재 3%에서 3.5%로 확대해 2025년에도 5% 성장을 목표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책당국자들은 이미 내년에도 "지지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판공셩 중앙은행 총재는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경기 대응적 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ANZ은행의 레이몬드 영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리스크보다 내수 부진이 더 큰 문제"라며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소비 회복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성장 목표는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개혁개방 진전과 함께 사회보장제도 개혁, 출산 장려책 등 구조적 개혁도 함께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새로운 경제 정책 방향이 한국 경제에 양면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기회 요인과 위험 요인을 동시에 고려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제시했다.
첫째,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공동 대응 가능성이다. 한·중 양국이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해 협력할 여지가 있다.
둘째, 중국의 내수 부진은 한국 수출에 부정적이다. 특히 중간재와 소비재 수출 기업의 대비가 필요하다.
셋째, 중국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이 관련 산업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자재, 인테리어 관련 기업의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가 위안화 약세로 이어질 경우, 한국 수출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환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의 구조 개혁 과정에서 새로운 협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며 "사회보장, 의료, 환경 등 신성장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중국의 정책 변화를 면밀 모니터링하면서, 리스크 관리와 새로운 기회 발굴을 동시에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