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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출연금 2000억~3000억씩 전망… 준조세화되는 상생금융

매년 순이익 10% 상생금융…"사실상 세금" 비판
"준조세 성격에 횡재세와 다를 바 없다" 비판도

정성화 기자

기사입력 : 2024-12-03 16:58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당시 금융위원장인 김주현 전 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금융지원 간담회에서 당시 금융위원장인 김주현 전 위원장(앞줄 오른쪽부터),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뉴시스


'2조원+α' 규모의 상생금융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실시되면서 5대 시중은행은 내년에도 2000억~3000억원의 상생금융 출연금을 내놓을 전망이다.

지난해 정부와 정치권의 은행권을 향한 '이자 장사' 비판에 따라 반강제적으로 실시된 상생금융이 정례화돼 준조세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입법 논의를 본격화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상생금융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자율의 형식을 취했을 뿐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횡재세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000억~3000억원대의 상생금융 출연금을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내놓을 예정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 포함, 총 '2조원+α' 규모의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올해 집행에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지난해 발표한 2조원대 상생금융을 올해에도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역대 최대 순이익을 올리는 등 형편이 좋은 은행권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당초 일회성으로 끝날 줄 알았던 상생금융이 정례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준조세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상생금융 재원 2조원은 전체 은행권 순이익의 10% 수준이다. 은행권 입장에선 향후 매년 10%를 상생금융에 쏟아야 한다는 점은 사실상 세금을 물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해 은행별 분담액은 2023년 추정 당기순이익으로 산출했다. 가장 많은 분담금을 부담한 은행은 KB국민은행으로 3721억원을 상생금융에 내놨고 이어 하나은행(3557억원), 신한은행(3067억원), 우리은행(2758억원), NH농협은행(2148억원) 순이었다. 5대 은행이 전체 지원액의 75%가량을 부담했는데 이 같은 부담이 내년에도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선 은행권이 횡재세를 피하기 위해 상생금융안을 마련한 것을 두고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 격'이란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여당을 중심으로 횡재세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자 정부와 여당은 '유연한 대응'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상생안을 내놓을 것을 압박했다. 은행권도 이에 화답하면서 당시 국회에 발의된 횡재세 법안을 토대로 횡재세 적용 시 부담해야 되는 추정 세금인 1조9000억원보다 많은 2조원대 상생금융안을 내놨다.

하지만 상생금융이 정례화될 경우, 횡재세 도입 때보다 이점도 없을뿐더러 매번 '얼마를 내놔야 정부가 만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숙제를 풀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순이익의 10%를 매년 상생금융으로 내놓으면 사실상 세금이 부과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상생금융은 정부의 압박으로 반강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조세 법치주의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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