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유로와 엔 등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미국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이날 105.59까지 상승하며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장 후반 0.56% 상승한 105.50에 거래됐다.
달러 지수는 지난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완승한 이후 1.5% 이상 상승했다.
유럽연합(EU)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 가능성으로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유로화는 달러 대비 6개월 반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화는 지난 8일 달러 대비 0.78%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0.7% 내린 1.0643달러에 거래됐다.
BMO 글로벌 에셋 매니지먼트의 비판 라이 매니징 디렉터는 로이터에 "시장이 점점 더 공화당의 압승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면서 "달러가 공화당 압승의 수혜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8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다시 무역 정책 책임자로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유로화의 매도 공세에 한층 힘이 더해졌다.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 위협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이저는 보호무역주의자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한국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압박하는 등 관세 인상 압력을 통해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합의에서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이끈 이력이 있다.
관세 인상과 감세를 포함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채권 금리 상승 압력이 되는 동시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속도를 제한해 달러 강세를 이끌 것이란 견해가 계속 힘을 얻고 있다.
BMO의 라이는 "대선 이후 핵심 질문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 입법 과제의 최우선 순위가 무엇이냐는 것”이라며 “그것이 관세가 될 것이라는 느낌이 들며, 이는 의회의 도움 없이도 거의 통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엔화·원화도 줄줄이 하락
달러는 이날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0.79% 상승한 153.84엔을 기록했다. 다만 일본 정책 당국의 개입 가능성으로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고점 대비로는 소폭 되밀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54.68엔까지 상승하며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일본은행(BOJ)의 10월 정책회의 의사록 요약본에 따르면 정치적 불확실성 탓에 중앙은행이 정책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데이터를 인용해 투기적 거래자들이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예상하면서 지난 5일까지 4주 연속으로 엔화 매도 포지션을 늘렸다고 보도했다.
일본 도쿄의 미즈호증권의 쇼키 오모리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 기조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트레이더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엔화로 차입해 고수익 대체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모리는 "일본은행의 12월 또는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은 엔캐리 거래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강세 여파로 한국 원화도 이날 뉴욕 시장에서도 서울 외환시장 종가인 1386.40원 대비 14.60원 급등한 1401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