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셰일 혁명으로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부상했지만,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재생 에너지 전환 압박과 셰일 생산량 정점 도래 우려로 석유 의존 도시들이 생존의 기로에 서있다.
미국 내 석유·가스 산업은 GDP의 8%가량을 차지하며, 텍사스·뉴멕시코·노스다코타 등 주요 산유 지역의 경제와 일자리를 지탱하는 핵심 산업이다.
20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산유 지역인 뉴멕시코주 레아 카운티의 사례를 통해 석유 도시들이 직면한 도전과 딜레마를 심층 분석했다.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레아 카운티는 OPEC 회원국 절반보다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지만, 생산 정점 이후 급격한 쇠퇴를 우려하며 경제 다각화에 고심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시티 건설이나 UAE의 재생 에너지 투자처럼 중동 산유국들도 '탈석유' 시대를 대비해 경제구조 전환을 서두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연방 에너지정보청(EIA)은 2024년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이 132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시점이 미국 셰일 혁명의 정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효율성 증가로 더 적은 인력으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화석연료 감축 압박은 석유 도시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미국 에너지 정책과 경제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도전이다. 텍사스 퍼미안 베이슨을 비롯한 주요 셰일지대 도시들은 1980년대 석유파동의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며, 첨단산업 유치와 인프라 확충으로 경제 체질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11월 미 대선 이후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이들 지역의 생존 전략도 달라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과감한 에너지 전환을, 공화당은 화석 에너지 지원과 일자리 보호를 강조하고 있어 석유 도시들의 운명이 정치적 결정에 좌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석유 도시들이 △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 △첨단 제조업 유치 △교육·의료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점진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호황기의 세수를 미래 투자에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지역 사회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비전 수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셰일 혁명은 에너지 자립과 해당 도시의 경제 번영을 가져왔지만, 이제 그 성공의 역설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석유 도시들의 성공적인 전환은 미국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기후 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의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