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르노는 최근 유럽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르노의 예비 수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클리오, 캡쳐 등 르노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 이는 유럽연합(EU) 전체 하이브리드 시장 성장률 21.1%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특히 올해 상반기 르노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차량 매출 증가율은 60%에 달하며, 일본 토요타에 이어 유럽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은행 및 금융 서비스 회사 스티펠의 분석가들은 "르노는 매우 잘하고 있다"며 "어려운 시장 여건 속에서도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규모 작은 르노, 오히려 민첩성 강점…저가 하이브리드 전략 주효"
전문가들은 르노의 이러한 선전이 '저가형 하이브리드 기술' 전략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르노는 100년 전부터 축적해 온 기어박스 기술력을 바탕으로 'E-Tech'라는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배터리 동기화 장치 없이 기어를 연결하고 분리하는 간소화된 '독 클러치' 방식을 사용하여 부품 수를 줄이고 무게를 가볍게 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낮췄다.
이러한 저가형 하이브리드 전략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동시에, 르노가 CO2 배출 규제를 충족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데이터포스에 따르면 르노의 E-Tech 하이브리드 차량은 킬로미터당 95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이는 포드(123g)나 폭스바겐(125g)보다 낮은 수치다.
벤자민 키비스 데이터포스 수석 자동차 분석가는 "르노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통해 경쟁사보다 전기차 판매량이 적더라도 CO2 배출 규정을 준수하는 데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시대, 르노의 생존 전략은?"
물론 하이브리드 차량만으로는 장기적인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 유럽의 CO2 배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으며,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 판매가 전면 금지된다. 르노는 전기차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르노는 과거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지만, 최근 테슬라, 스텔란티스 등 경쟁업체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르노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유럽 내 브랜드 판매의 약 12%에 불과하다.
하지만 르노는 전기차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소형 전기차 르노 5를 출시한 데 이어, 14일 개막하는 파리 오토쇼에서는 새로운 전기 SUV 르노 4를 공개할 예정이다.
앙투안 지로 S&P 글로벌 분석가는 "르노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전기차 모델의 성공적인 출시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르노의 저가형 하이브리드 전략은 전기차 전환 과도기에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기차 부문에서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르노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