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대적인 감세와 방만한 재정 공약이 해리스 집권에 비해 미 부채 규모를 급격히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빚이 많다는 것은 정부 국채 발행이 많다는 뜻으로 국채 공급이 늘어나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해리스 부통령 역시 재정 지출은 줄이지 않으면서 감세에 나서겠다고 공약하고 있어 미 부채를 늘릴 것으로 보이지만 트럼프만큼은 아니어서 그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각) 분석 기사에서 특히 앞으로는 과거에 비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도 더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판단하는 중립적인 금리 수준도 더 높을 것이어서 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아지고, 이에 따른 채무 이자 부담 역시 급격히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GDP 대비 142% VS 133%
미국의 무당파 비영리단체인 ‘책임있는 연방 예산위원회(CRFB)’ 전망에 따르면 트럼프와 해리스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정책들의 직간접 효과를 모두 더하면 해리스보다 트럼프가 집권했을 때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훨씬 더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해리스가 제시한 감세 효과와 세수 부족을 더하면 해리스 공약은 2026~2035년 10년 동안 미 재정적자를 3조5000억 달러 늘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공약은 이런 플러스(+) 마이너스(-) 효과를 모두 더하면 같은 기간 미 재정적자를 해리스 공약의 2배가 넘는 7조5000억 달러 확대할 전망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해리스 공약이 2035년 재정적자 비율을 133%로 끌어올리고, 트럼프 공약은 이를 142%로 높이게 된다.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트럼프나 해리스 공약이 현실화되지 않고 지금의 세제와 재정 지출이 지속되는 것이 그나마 이상적이다.
현 법률이 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미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26년 104%에서 2035년 125%로 늘어난다.
CRFB 대표 마야 맥귀니스는 트럼프나 해리스 그 누구도 전반적인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 어젠다가 해리스 어젠다에 비해 훨씬 더 나쁘다는 점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의회 장악력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미 재정적자에 더 심각한 충격을 주게 될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의회 장악력이다.
방만한 재정 지출을 지속하면서 대대적인 감세를 약속하고 있는 두 후보의 정책이 실제 법률화돼 의회를 통과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법으로 만들어져야 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는 해리스보다 미 부채 악화에 더 큰 악몽임에 틀림없다.
해리스는 당내 입지가 트럼프에 비해 크게 약하다.
해리스가 공약을 실천하려고 해도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해리스는 자신의 공약을 법제화하려면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설득해야 한다.
트럼프는 다르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서겠지만 공화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어 공약 법제화가 한결 쉽다.
트럼프는 지난 1기 집권 당시 공화당을 쥐 잡듯 잡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거침없이 관철시킨 전력도 있다.
트럼프 집권 시절 적자 감축은 공화당 정책 우선 순위에서 계속 후퇴했고, 사회보장, 또 노인 의료 지원인 메디케어 지출 감축은 아예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지출은 연방정부 재정적자 급증의 양대 동력이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을 수출용 원자재 수입 관세 면제 철폐로 일부 메우려던 공화당 계획을 무산시키기도 했다.
공화당 상원의원을 지낸 밥 코커는 “해리스가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은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얻을 가능성에 비해 크게 낮다”면서 “트럼프가 공화당에 갖고 있는 영향력에 비해 해리스는 민주당 영향력이 크게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계점 175%
막대한 재정적자는 시중 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금리를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최근 연준 보고서에 따르면 미 GDP 대비 재정적자가 1% 증가할 때마다 국채 수익률이 0.01~0.06%포인트 오른다.
CFRB의 전망을 적용하면 미 시중 금리, 국채 수익률이 2035년에는 지금보다 최소 0.25%포인트에서 최대 2%포인트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저 시중 금리 상승으로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요인들이 실제 국채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 재정적자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달으면서 국채 수익률 고삐가 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예산모델에 따르면 부채가 GDP 대비 175%에 육박하면 그때부터는 미 부채와 국채 수익률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다. 미국이 달러를 발행하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달러의 기축통화 자리가 위태로워지고 외국인들이 빠져나가면서 미국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커 전 상원의원은 이런 재앙을 피하는 유일한 길은 의회와 백악관 권력이 양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재정적자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수 있는 백악관의 방만한 재정정책들이 의회를 장악한 야당의 반대로 무산되거나 적어도 피해를 줄여 입안되면 재앙을 피할 수도 있다고 그는 기대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