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의 원유 생산 시설이 타격을 입을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폭등할 수 있다고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전망했다.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루이벤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공동 책임자는 4일(현지시각) CNBC에 출연해 ”이란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100만 배럴 감소한다면 내년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20달러 치솟으며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원유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국제유가는 이번 주 9% 안팎의 급등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3월 이후 1년6개월여 만에 최대 주간 상승 폭이다.
스트루이벤은 이러한 유가 급등 전망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동맹 산유국 연합체인 석유수출국기구플러스(OPEC+)가 이란의 원유 생산 시설 타격 시 증산으로 대응을 자제한다는 가정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OPEC+ 주요 회원국들이 이란의 생산량 감소를 일부 상쇄할 경우에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소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분쟁이 시작된 이래 원유시장은 미국의 생산량 증가와 중국의 수요 둔화로 인한 가격 하락 압력으로 제한적인 혼란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이란이 이스라엘에 탄도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자 이번 주 WIT가 사흘 연속 상승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돌아서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공급 둔화 위협을 경고하고 나섰다.
OPEC 회원국인 이란은 하루에 거의 400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세계 석유 시장의 중추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란의 석유 인프라가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이 될 경우 전 세계 공급량의 약 4%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MST 마키의 사울 카보닉 선임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이란 원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카르그 섬이 표적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더 큰 우려는 이것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교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자국의 석유 산업을 타격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오만과 이란 사이의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일일 석유 생산량의 약 5분의 1이 통과하는 주요 통로다.
앞서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유가 상승의 촉매가 되기도 했다.
피치 솔루션의 BMI는 투자자 노트에서 "전면전이 벌어질 경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으며, 해협이 봉쇄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 이상으로 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고 밝혔다.
BMI 애널리스트들은 “전면전 가능성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지만, 어느 한쪽의 실수로 인한 위험은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