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가오는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할 경우 진정 국면에 들어선 인플레이션을 다시 발생시키는 결과를 낳으면서 미국 경제가 후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26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 관련 싱크탱크 가운데 국제경제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알려진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이날 펴낸 보고서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2기 트럼프 정부 들어서면 美 경제 먹구름 우려”
비당파 싱크탱크인 PIIE가 차기 미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발표한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한 내용의 골자는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트럼프가 고수하고 있는 반이민 정책과 급격한 대외 관세 강화 노선이 경제성장 동력을 저해하고 고용시장을 둔화시키는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다시 촉발시키면서 미국 경제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보고서는 트럼프가 구체적인 입장까지 밝히진 않았으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뒤흔들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것도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후보는 특히 관세장벽을 크게 높여 미국이 아닌 외국이 부담할 몫을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오히려 그같은 정책은 미국민의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경고했다.
◇ 불법 이민자 추방, 관세폭탄, 연준 개입
자유무역을 지지하고 보호무역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온 PIIE가 이번 보고서에서 2기 트럼프 행정부와 관련해 우려를 제기한 대목은 트럼프 캠프가 이번 선거에서 내세우고 있는 세가지 핵심 공약, 즉 △83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것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로 끌어올리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60%까지 물리겠다는 것 △미 연준의 의사결정 과정, 더 구체적으로는 금리 결정 과정에 대통령이 개입할 수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것.
보고서는 “이 세가지 핵심 공약이 강행됐을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본 결과 미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규모가 대폭 감소하면서 기업들이 근로자 임금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쪽으로 내몰리고 임금 인상은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이 대폭 올라 미국 내 물가가 급등하면서 다시 고물가 시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보고서의 예상이다.
보고서는 특히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가 예고한 대로 연준의 금리 결정 과정에 직접 개입하게 될 경우 연준이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조정해온 금리가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판단하는 유불리에 휘둘려 고용시장 관리와 함게 연준의 핵심 권한인 인플레이션 관리에 구멍이 뚫릴 개연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연준의 독립성에 훼손돼 금리 조정이 행정부의 입김에 따라 좌우될 경우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확신이 줄어든 결과 미국에 등을 돌리고 투자처를 다른 나라에서 찾는 심각한 상황까지 예상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