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또다시 셧다운 위기에 직면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3개월 임시 예산안을 제시했지만, 공화당 내 강경파의 반발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23일(현지시각) 악시오스가 전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정치의 극심한 양극화와 공화당 내부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는 동시에 다가오는 대선과 의회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존슨 의장이 제안한 3개월 임시 예산안은 12월 20일까지 정부 기능을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11월 선거 이후로 장기 예산 결정을 미루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방안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강경파의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해 당내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공화당 갈등의 핵심은 정부 지출 삭감과 이민정책 강화에 대한 견해차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비시민권자 투표를 제한하는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온건파 의원들은 이를 수용할 경우 민주당의 반발로 예산안 통과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민자들이 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믿어, 이들의 투표권을 제한하면 공화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이민 강경책은 트럼프 핵심 지지층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으며, 그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
특히 비시민권자 투표 제한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줄기차게 주장해온 ‘선거 부정’ 이슈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이다.
공화당 온건파 의원들은 현실적인 정책 실현과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현재로서는 당내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대선과 총선이 초박빙 구도로 진행되면서 온건파의 입장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미국 정치의 근본적 문제를 드러낸다. 양당 간 극심한 대립으로 인해 기본적인 정부 운영조차 난관에 봉착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어 당 지도부가 중도적 입장을 구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 셧다운이 현실화될 경우 그 여파는 경제와 시장에도 미칠 것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또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달러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2024년 대선과 의회 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이 셧다운의 책임을 지게 될 경우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를 공화당의 무능력한 국정 운영의 증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존슨 의장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화당 내 입지가 약화될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실제로 전임 케빈 매카시 의장이 비슷한 이유로 하원의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결국 이번 사태는 미국 정치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극단적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합리적인 타협을 통해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체제가 요구된다. 또한 단기적인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국가의 장기적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정치 문화의 정착이 시급하다.
미국 정치·경제적 안정은 글로벌 경제와 국제 질서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번 예산 협상 결과는 단순히 미국 내부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향후 미국 정치권이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장기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