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8일(현지시간) 미국 기준 금리를 0.5% 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것은 올해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2020년 이후 4년 만에 기준 금리를 대폭 내림에 따라 기업이나 소비자가 대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미국인의 경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워싱턴 포스트(WP)에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향후 계속될 연쇄 인하의 시작을 알린 것이고, 해리스 캠프는 대선 가도에서 뒤바람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히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경제 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은 지난 40년 사이에 최고치로 오른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기준 금리를 5.25~5.5%로 1년 이상 유지해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정책을 대체로 수긍해왔다.
그렇지만, 고금리로 인해 시중 은행 대출 금리 상승,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상승, 신용 카드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가계 재정이 어려워졌다. 미 기업들도 고금리에 따른 부담 증가로 사업 확장을 꺼렸다.
미국 유권자는 고물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겪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를 전격 사퇴한 배경에는 고령 논란과 함께 그의 경제 성적표에 대한 유권자들의 혹독한 평가가 깔려 있다.
미국에서 고금리로 인해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노동 시장이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연준은 이제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혔다고 보고, 노동 시장의 급격한 냉각을 막기 위해 빅컷 인하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대선 쟁점화하고 있다. 그는 집권 당시에는 연준에 줄곧 금리 인하를 압박했으나 이번 11월 대선을 앞두고, 금리 인하 시점을 대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는 연준의 빅컷 인하 발표 전날 미시간주 유세에서 “그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연준이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금리를 내린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면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임명한 사람도 트럼프”라고 짚었다.
WP는 “민주당은 금리가 내려가면 트럼프의 바이든 정부에 대한 공격이 힘을 잃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전했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가 오랫동안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시중 금리가 내렸다.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지난해에 8%를 넘었으나 이제 6~7% 수준이다. 자동차 할부 구매 대출 이자도 내려갔고,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금리도 내림세로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고금리, 고물가 사태 장기화로 노동 시장 수요가 둔화하고, 소비가 위축될 수 있으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하면 해리스 부통령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폴리티코가 최근 보도했다. 금리 인하에도 불구 기업 활동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오르면 미국 유권자들이 현 정부에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