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는 일본은행(BOJ)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기대감도 강화되면서 이날 달러 대비 한때 달러당 140.28엔까지 상승했다. 엔화가 달러당 140엔을 위협하는 강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2월 28일 이후 처음이다.
현지 시각으로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잇따라 연준의 50bp 인하 가능성에 주목하자 ‘빅컷’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엔화 강세/달러 약세를 견인했다. WTI와 FT는 연준의 25bp와 50bp 금리 인하 견해가 박빙인 만큼 연준이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빌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준의 50bp 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을 보탠 점도 달러 매도세를 부추겼다. 그는 “50bp 인하에 대한 강력한 근거가 있다”면서 현재 금리가 미국 경제의 이른바 중립 금리보다 150~200bp 높은데, 이는 정책이 제약적이거나 완화적이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날 미국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7~18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50bp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을 51%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의 15%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선물 트레이더들은 또한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을 하루 전의 107bp에서 117bp로 확대 반영했다.
주 초반까지는 미국의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다음 주 연준의 25bp 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된 바 있다.
뉴욕 소재 제프리스의 FX 글로벌 책임자인 브래드 벡텔은 로이터에 “8월 CPI 지표로 연준의 25bp 인하에 대한 기대가 강화됐지만,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50bp 인하 가능성이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면서 "25bp 인하를 기대했던 포지션이 약간 완화됐다"고 말했다.
뉴욕장 후반 달러는 엔화 대비 0.66% 하락한 140.855엔을 기록했다. 달러는 엔화 대비 4일 연속 내리며 이번 주 1% 정도 하락했다.
달러/엔, 140엔 하향 돌파 가시권
투자자들은 다음 주 20일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주목하면서 엔화 가치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달러/엔 환율 140엔 하향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은 이달 정책회의에서는 단기 정책금리 목표치를 0.25%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에서는 12월 또는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나오키 타무라 일본은행 이사는 12일 중앙은행이 내년 회계연도 하반기에 금리를 최소 1%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해서는 "천천히 여러 단계에 걸쳐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87%는 일본은행이 1월 말까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고, 53%는 12월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답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10일까지 데이터를 인용해 자산운용사들이 현재 엔화에 대해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의 글로벌 외환 책임자는 브레드 백텔은 "연준이 다음 주에 50bp를 인하할 경우 달러/엔 환율이 1년 넘게 가보지 못했던 140엔 이하로 하락하며 엔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쓰비시UFJ 트러스트&뱅킹의 세일즈 및 트레이딩 담당 타카후미 오노데라는 "다음 주 연준 회의와 일본은행 회의로 인한 변동성으로 엔화가 다음 주에 140엔을 돌파할 수 있다"면서 "지금 엔화를 팔아야 할 강력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