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 우려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러한 흐름에 가장 늦게 합류하고 있다고 배런스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유로존, 영국 등 주요국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연준은 여전히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통화정책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다른 국가들의 금리 인하보다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연준의 늦은 대응은 미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은 미국보다 일찍 경기 침체 우려에 직면했다. 유로존 국가들과 영국은 이미 작년 말부터 경기 위축을 겪었다. 이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경기 침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위스는 3월과 6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지만, 프랑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웨덴 역시 5월과 8월 금리를 내렸지만, 2분기 성장률은 1분기보다 둔화됐다. 캐나다도 6월과 7월 금리를 인하했지만,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성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CB는 6월 금리를 인하했지만, 이후 경제 전망이 악화되면서 추가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영국은 8월에야 첫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7월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러한 사례들은 금리 인하가 경기 침체를 막거나 주식시장을 장기적으로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며, 이미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주식시장은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인하 기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 인하 이후에는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더 이상 관망세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연준은 금리 인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라의 경제학자 안제이 슈체파니아크는 "연준이 기다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조금 더 급격하게 움직여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 결정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연준은 '신중 모드'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 침체를 막고,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시장을 비롯한 모든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