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곡선 역전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대표적인 채권 시장 지표 가운데 하나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완화되고 있다는 것은 결국 경기 침체 우려가 낮아지고 있다는 뜻이어야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르다.
역대 최장 수익률 역전
최근 미 국채 시장에서는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정상을 회복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미 장기 국채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일(현지시각) 일시적으로 단기 기준물인 2년물 국채 수익률을 앞질렀다.
다만 일시적인 이같은 수익률 정상화는 이후 다시 역전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년물 국채 수익률보다 낮은 상태를 지속하는 미 국채 수익률 역전은 이날로 793일째를 이어갔다. 26개월재 수익률 역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역대 최장 수익률 역전이다.
채권 수익률은 장기가 단기보다 높은 것이 정상이다.
현재의 소비를 포기하고 저축하는 의미가 있어 그 대가로 높은 이자가 제공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 역시 장기 국채 수익률이 단기 국채보다 더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야 이들이 불확실성이라는 비용을 감수하고 장기 채권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익률 역전은 대표적인 경기침체 전조 현상이다.
1980년 이후 6차례 경기침체에서 5차례 침체는 수익률 역전이 최소 20일 이어진 뒤에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 경제가 침체됐던 2020년에는 앞서 2019년 8월 6일에 걸쳐 수익률 역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793일 연속 수익률 역전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는 아직 오지 않았다.
잦아지는 수익률 정상화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장단기 수익률 역전이 끝나고 정상화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어려웠다. 이를 암시하는 조짐은 거의 없었다.
그 결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년물 국채 수익률을 거의 0.5%포인트 밑돌았다. 올들어 최대 규모 수익률 역전 격차였다.
그러나 최근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일시적으로 정상화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3일과 4일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정상화된 데 이어 5일에도 일시적으로 수익률이 정상화됐다.
수익률 역전 폭도 좁혀지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5일 2년물 수익률보다 단 0.019%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마감했다.
경기 침체 예고(?)
경기침체는 통상 수익률 역전 이후 6~24개월 안에 벌어졌다.
이전 흐름으로만 보면 이번에는 경기 침체 없이 수익률 역전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10년물 수익률이 2년물 수익률을 웃도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기대가 높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아니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수익률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이것이 경기 침체 회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전 경험으로 보면 오랜 수익률 역전이 끝나고 나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인 1990년, 2001년, 2007년, 그리고 2020년 침체는 수익률 곡선 기울기가 역전을 끝내고 정상화된 뒤에야 시작했다.
지난 4차례 경기침체기에는 매번 수익률 곡선 정상화 3~6개월 뒤에 경기침체가 시작됐다.
다만 이번에는 다를 가능성도 크다.
일단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오는 18일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시장에 낮은 금리의 돈이 풀리면서 경색되고 있는 경제 흐름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또 미 경제 활동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변수인 소비도 탄탄한 노동 시장 흐름 속에 여전히 미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다.
노동 시장은 최근 둔화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이전 기준으로 보면 이례적으로 강한 상태다.
연준이 적절한 금리 인하를 통해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순항을 지속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판단이기도 하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