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업계가 이 기간에 퍼부은 돈은 총 250억 달러(약 33조4900억원)에 달해 한국·대만·미국의 반도체 업계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이 중국을 상대로 반도체 규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것에 대응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적극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 中,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수입국 부상
2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최근 조사한 결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지난 상반기 중 반도체 장비 구매에 쓴 돈이 약 25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대만·미국 반도체 업계에서 쓴 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라고 SEMI는 밝혔다.
SEMI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이처럼 반도체 장비 확충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의 대중국 수출규제 강화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최대한 국산화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EMI는 “이런 추세라면 중국의 반도체 분야 투자액은 올해 안에 500억 달러(약 67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은 중앙정부와 중국 공상은행을 포함한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아 64조672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반도체 투자기금을 지난 5월 조성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 中 중소 반도체 기업들 대거 가세
클라크 청 SEMI 시장정보 담당 수석 이사는 닛케이아시아와 한 인터뷰에서 “중소 반도체 기업들도 대거 가세하는 방향으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반도체 장비 투자가 대폭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에 필적하는 SMIC는 물론이고 규모가 작은 중소 반도체 기업들 중에서도 최소한 10곳이 상반기 집중 투자를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청 이사는 이 같은 집중 투자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향후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증가에 힘입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이 이미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내년에도 20% 이상의 대폭적인 매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